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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주주권 행사와 판도라 상자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강력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소유주가 결정하게 하라' 는 것이다. 소유권의 보장과 결정권이 담보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성립될 수도 작동할 수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고 소유권자로서의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것도 이 같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대다수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은 세계 4대 연금에 들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해 말 현재 기금규모는 300조원을 넘어섰고 이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익률이 두자릿수에 이를 정도로 운용능력도 크게 향상됐다.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 과거 국채수익률을 넘지 못하던 수익률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기금운용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위험자산으로 취급되던 주식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비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투자대상을 발굴하고 투자여부를 저울질할 정도로 운용실력이 향상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이미 많은 기업의 의미 있는 대주주의 위치에 올라섰다. 공단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에서 국민연금이 1대주주인 대기업만도 포스코 등을 포함해 7개사에 달하고 2대 주주인 기업은 7개사에 이른다.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은 155개사나 된다. 대부분 우량 대기업들이다.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 기금운용 주식비중을 더 늘릴 예정이어서 국민연금이 의미 있는 주주가 되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사실이다. 그러면 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문제인가가 다음 질문이 된다. 이에 대해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업과 정부와의 관계와 관련한 한국적 특수성쯤으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가 정부 또는 정치권력이 민간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반대논리의 핵심이다. 실제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대한 인사권과 통제권이 정부에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되는 것은 정부의 경우 민간기업 세계에서 주주의 판단기준인 수익 극대화 원칙과 다른 판단기준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있어서 원칙과 기준이 민간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극대화 및 기업가치 제고에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높아지는 원원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와 대기업 간에 마찰 또는 갈등이 상시로 벌어지는 우리 풍토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말 그대로 경제논리에 입각해 독립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소유자 아닌 관리자의 한계 정부와 대기업 간의 관계가 불편했던 시점에 정부 측에 의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방안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주주권 행사의 방식에 따라 틀리겠지만 만약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경제논리를 벗어나게 될 경우 기업경영을 혼란에 빠트리고 국민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줄 소지가 없지 않다. 또 한가지 문제는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국민의 돈인 기금관리를 위탁받은 관리자이지 소유자는 아니기 때문에 대리인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전문성 문제, 영업비밀의 침해 문제 등과 함께 연금사회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거기서 비롯된다. 독립성ㆍ신뢰성ㆍ투명성 등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판도라 상자' 를 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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