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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술 건배구호] '나가자' 뜬다

『나가자.』지난 21일 서울 인사동 한식당에서 있었던 모 건설회사 송년회.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어갈 무렵 한 직원이 건배를 제안하면서 외친 구호다. 언뜻 귀에 익지 않은 구호지만 그 뜻은 사뭇 흥미롭다. 「나라사랑·가족(가정)사랑·자기사랑」, 또는 「나라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자기를 위해서」를 줄인 말이다. 송년회가 한창인 요즘 술자리에서 이같은 「나가자」라는 외침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나가자」는 흔히 술자리에서 외쳐 왔던 「위하여」 등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과거 군사문화의 잔재이면서도 대부분이 그 유래를 모른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호가 「위하여」다. 반면 「나·가·자」는 나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IMF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최근 IMF체제로 심화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빗댄 「이대로」·「지화자」등의 술자리 구호가 난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미는 돋보인다. 회사원 김덕기(金德基·36·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최근 대학동기 송년회에 나갔다가 우연히 한 친구의 제안으로 건배때 이 구호를 써봤는데 괜찮은 느낌이었다』며 『앞으로도 회사 회식등에서 직원들에게 이 구호를 쓰도록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의 한섭(韓燮·29)씨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는지도 모를 「위하여」 등의 구호보다는 「나가자」가 훨씬 밝고 건전하다』며 『건전한 술 문화 정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나가자」가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지금까지 쓰던 구호들과는 달리 그 의미가 사뭇 긍정적이라는데 있다. 특히 IMF 체제 이후 달라진 음주문화와 맞아 떨어지는 것도 이 구호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얇아진 월급봉투 때문에 술자리를 자제하는데다 술자리를 갖더라도 가급적 간단하게 끝내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요즘 샐러리맨들의 음주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주부 김미라(金美羅·30·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얼마전 부부동반 회식에 나갔다 「나가자」란 구호로 건배를 했는데 가족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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