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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이 창조경제 만든다] <7> 공정한 경쟁

때론 경쟁… 때론 협력… '게임의 법칙' 지키며 산업파이 키워야<br>삼성-LG 라이벌 반세기, 물고 물리는 성장 거듭하며 글로벌 전자산업 거목으로<br>일본 철강사 포스코 견제에 이병철 회장이 직접 중재 공존공영의 틀 만들기도

고(故) 이병철(왼쪽 사진) 삼성그룹 창업주가 지난 1985년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구인회(가운데) LG그룹 창업주가 1961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자동전화기를 시연하는 모습. 두 회장은 전자산업 불모지였던 1950~1960년대 초 국내에서 전자기업을 설립한 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다. /사진제공=LG전자·삼성



상상 초월… 세계를 발칵 뒤집은 한국인들
[기업가정신이 창조경제 만든다] 공정한 경쟁때론 경쟁… 때론 협력… '게임의 법칙' 지키며 산업파이 키워야삼성-LG 라이벌 반세기, 물고 물리는 성장 거듭하며 글로벌 전자산업 거목으로

김흥록기자 rok@sed.co.kr













고(故) 이병철(왼쪽 사진) 삼성그룹 창업주가 지난 1985년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구인회(가운데) LG그룹 창업주가 1961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자동전화기를 시연하는 모습. 두 회장은 전자산업 불모지였던 1950~1960년대 초 국내에서 전자기업을 설립한 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닦았다. /사진제공=LG전자·삼성

















일본 철강사 포스코 견제에 이병철 회장이 직접 중재 공존공영의 틀 만들기도

지난해 5월 미국소비자가전협회(CEA)는 세계 전자산업 발전에 공헌한 12명을 선정해 '소비자가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CEA는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를 주최하는 세계적 전자산업단체다. 명단에는 위성라디오 창안자인 로버트 브릭스먼 등과 함께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었다. 게리 샤피로 CEA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리더들"이라며 "이들의 비전과 열정이 전세계 소비자들의 삶을 변화시켜온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의 창조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겨우 라디오를 조립하던 나라에서 전자산업을 시작한 두 라이벌 기업가는 이제 전자산업의 세계적인 거목이 됐다. 그들이 벌였던 선의의 경쟁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글로벌 전자업체의 토대가 됐다.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같은 한국 1세대 기업가들은 국내 기업 간의 경쟁, 나아가 세계 기업과의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아직 산업기반이 없던 한국의 시장경제 질서를 만드는 일이었으며 동시에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

기업가들은 '새로운 도전→서로에 대한 자극→세계 수준의 경쟁력 확보→협력업체 등 생태계 성장→새로운 도전여력 확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때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면서 대한민국 산업계에 '게임의 룰'을 만들었던 것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한국 산업의 파이를 키우다="이병철씨, 정주영씨 같은 재계의 거목들과 경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한 40년이었습니다." 재계에 남은 몇 안 되는 창업 1세대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008년 경영자 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한 사람의 기업가로서 30~40년 앞선 현대ㆍ삼성 같은 기업을 향한 경쟁심은 동부를 매출 20조원대 그룹으로 성장시킨 자극제였던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산업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맞수였다. 구 회장이 금성사를 설립한 것은 1958년. 이 회장은 10년 뒤인 1968년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돈까지 맺으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온 두 회장은 전자산업을 계기로 완전한 라이벌로 돌아섰다. 이후 두 회사는 물고 물리며 성장했다. LG가 흑백TV에서 앞서면 삼성이 컬러TV로 대응하고 한쪽이 원적외선 TV를 출시하면 다른 쪽은 원적외선에 음이온까지 나오는 TV를 내놓는 식이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정 회장이 본격적인 경쟁을 촉발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미군 지프엔진에 드럼통을 두드려 차체를 만들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1973년 6월 정주영 회장과 정세영 회장은 정부에 고유 모델 포니 공장건설 계획을 제출했다. 2년 반 뒤인 1976년 2월 국내 첫 고유모델 승용차 포니는 거짓말처럼 실제로 탄생했다. 같은 해에 수출까지 이뤄졌다. 이 사건은 김우중 대우 회장 등 국내 기업가들의 경쟁심을 자극했으며 이후 GM코리아ㆍ기아 등 자동차 업체는 고유모델 개발과 수출에 전력투구했다. 포니를 첫 수출하던 1976년 당시 1,341대였던 자동차 수출대수는 36년이 흐른 지금 317만대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국내 1세대 기업가들이 항상 경쟁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세계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서로를 위해 중재 역할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1983년 일본 철강업체들이 점점 성장하는 포스코를 견제하자 이를 알게 된 이병철 회장은 박태준 포스코 회장과 이나야마 요시히로 당시 신일본제철 회장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고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협력업체와 함께 만든 게임의 법칙=기업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계가 성장하는 만큼 협력업체의 역할과 존재감도 커졌다. 이에 이병철 회장은 1982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에서 "대기업은 앞에서 끌고 중소기업은 뒤에서 미는 투철한 공존공영의 정신이 없다면 더 이상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경쟁전략으로 협력업체와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며 경쟁우위를 점한 것은 오랜 기간 함께한 협력업체와의 유기적인 팀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1차 협력사 230여곳, 2차 협력사 200여곳과 세계 주요 지역에 함께 공장을 지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성장이 산업 생태계에 낙수효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해 9월 10대 그룹 대표기업 및 이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 692개사를 조사한 결과 대기업 매출은 10년간 2.78배 늘어난 반면 협력업체 매출은 그보다 많은 3.08배 늘었다. 총자산도 대기업이 3.01배 증가하는 동안 협력업체는 3.43배 늘었다.

◇바뀌는 경쟁의 룰…생태계 경쟁력 강화해야=최근에는 전통적인 산업계의 경쟁구도가 깨지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같은 1위 기업의 독주가 이어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 경제 포트폴리오를 위해서라도 LG전자가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국내의 직접적인 경쟁구도와 달리 기업 간 경쟁의 범위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고도화됐다는 것이 산업계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업종 간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면서 삼성전자와 LG화학이 현대차의 경쟁자가 되기도 하는 원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경쟁시대일수록 1세대 기업가들이 보여줬던 협력업체 및 경쟁업체와의 끈끈한 신뢰관계 구축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져 전방위 경쟁이 전개되는 만큼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며 "협력사에도 생산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도록 지원해 궁극적으로 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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