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이 1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늘어났다. 통상 1월은 추운 날씨 탓에 주택거래가 뜸하고 연말 상여금이 지급돼 가계대출이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로 주택매매가 활발해져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 말 시중은행·저축은행 등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이 746조5,000억원을 기록해 전달보다 7,000억원 늘었다고 10일 밝혔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1월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7조7,000억원 늘어난 것과 견주면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예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 잔액은 462조원으로 한 달 새 1조4,000억원 불었다. 1월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7만9,32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1%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1월 기준으로 2006년 이후 최대다. 예금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1조5,000억원 증가했고 비은행은 주담대 일부가 은행권으로 이동하면서 소폭(1,000억원) 줄었다.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잔액은 284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8,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이 이례적으로 늘면서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월 은행권 가계대출을 언급하며 "전월에 비해서는 축소됐으나 계절성을 감안하면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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