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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그룹 환부 송두리째 들어낸다"… CEO 사표는 선별 수리

■ 경영쇄신 초강수 카드 꺼낸 포스코

잘못은 고치고 오해는 제대로 알려 '투 트랙 비상조치'

안팎 민원·지적 취합해 정밀 분석 후 개선과제 도출도

취임 2년차 맞아 악재 딛고 그룹 체질개선 본격 추진

포스코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4일 권오준 회장에게 일제히 사표를 제출하고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 전면적인 기업 개편에 가서겠다고 밝혔다. 서울 대치동의 포스코 본사. /서울경제DB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독한 마음을 품은 듯하다. 검찰 수사 등이 일단락됐고 구조조정 작업도 웬만큼 진행됐으니 그룹 전반에 퍼져 있는 환부를 이번 기회에 완벽하게 치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사표를 통째로 받은 것부터가 '사즉생'의 의지를 담고 있다. CEO들의 사표는 향후 과정에서 선별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2∼3개 계열사 대표들은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강도 쇄신…환부 도려낸다=포스코가 전례 없는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는 지난 3월13일 시작된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 수사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현지 사업장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이 수사는 점차 국내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됐고 국내외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이 5명에 이르고 있다. 또 포스코의 주요 거래회사인 코스틸의 박재천 회장은 포스코와 철강 매매과정에서 거래대금과 매출액을 조작하는 식으로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4일 구속됐다.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는 이제 정준양 전 회장 등 그룹 수뇌부로 향하는 모양새다. 초유의 사정국면은 포스코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사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합작 사업이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동시에 1조원대 포스코건설 지분을 PIF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3월 말이나 4월 초 본계약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검찰 수사로 진행이 지연되면서 포스코의 재무구조개선과 신사업추진이 모두 시간을 끌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포스코의 부실 계열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30일 포스코의 손자회사 포스하이알이 광주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포스코의 소재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자회사 포스코하이알은 자본금 45억원에 부채가 531억원에 이르고 지난해 순손실 118억원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옛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뒤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한 포스코플랜텍은 이달 들어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돈 800억여원을 갚지 못한 상태다. 포스코가 나서 채권단에 상환 만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포스코가 추가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자율협약을 타진하기도 했다.



최근 두 달간 벌어진 일들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국민기업인 포스코에는 '비리'에 '부실'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됐다.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다고 느낀 권 회장이 사내이사와 전 계열사 CEO의 사표를 받고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그룹 전반의 고름을 차제에 완전히 도려내겠다는 얘기다.

◇협력사 관계·현금 부조리 샅샅이 본다=위원회는 우선 포스코를 둘러싼 모든 관계자들의 민원과 지적 등을 폭넓게 취합할 계획이다. 이후 잘못된 점은 확실히 뜯어고치고 세간에 잘못 알려진 부분은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해명할 방침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사업장 인근 주민이나 협력사를 포함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현금 거래 등 부조리가 발생할 부분은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취임 2년 차를 보내고 있는 권 회장 입장에서는 포스코그룹 전반의 비효율과 불합리를 덜어내고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설 기회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비핵심사업과 자산 매각에 주력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차 작업을 상당수 끝냈다. 또 지난 1·4분기 솔루션마케팅 효과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며 포스코 단독기준 영업이익이 20%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은 9.2%까지 뛰어올랐다. 권 회장이 '위대한 포스코'를 만들기 위해 핵심과제로 꼽았던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획기적 개선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눈에 드러나는 지표에서 자신감을 얻은 권 회장이 이번 계기에 포스코를 제대로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포스코플랜텍과 관련한 포스코·채권단 간 협상에서 포스코에 유리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가 추가 자금 지원대책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채권단을 설득해 만기 연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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