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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선박 수출 '제로'… 금형 발주 한건도 못받아

■ KOTRA 해외 무역관장 긴급 설문

"악순환… 직격탄…" 표현

수출전사들 절박함 토로



못 받는 대금 '속출'… 가격 올리려면 "거래 끊자"에 애간장
엔저 업은 日 공격 마케팅에 경쟁력 약화
FTA 날개단 中과 가격차 벌어져 설상가상
현지 기업 M&A·직접 생산 등 서둘러야


수출 최전선은 예상보다도 절박했다. 정부 당국의 통계로 나온 실적들은 오히려 낙관적이었다.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한 수출기업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사격하고 있는 KOTRA 해외무역관장들은 서울경제신문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직격탄' '악순환'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장기적인 시장 공략과 이삭줍기식의 사업기회 모색, 각종 정부 지원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들은 호소했다.

서울경제가 8일 전 세계 40곳의 KOTRA 해외무역관장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각지 수출기업들은 계약규모 감소와 대금결제 연기, 중국·일본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삼식 쿠웨이트무역관장은 "지난해 1~5월 3억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45%를 차지했던 선박 수출이 올해는 '제로'였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무역관에서도 전년동기 1억3,700만달러 규모였던 선박 수출이 올 1~4월에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사카의 A금형업체는 그동안 연 500만달러 이상의 금형제품 등을 수출해왔지만 올 상반기에는 단 1건의 발주도 받지 못했다. 엔저가 지속되는 한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프랑스 파리무역관에서는 "4월 기준으로 대프랑스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17.5% 줄어든 가운데 특히 자동차와 무선전화기 수출이 각각 39.7%, 89.2%나 급감했다"고 전해왔다. 러시아에서는 일부 기업이 현지 직원 구조조정, 사무실 이전 등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실정이다.

대금결제가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았다.

김광희 우크라이나 키예프무역관장은 "자동차부품 업체 두 곳이 각각 수만, 수십만달러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도 대금 미수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올 들어 우크라이나로의 자동차·전자제품 등 내구소비재 수출이 90%나 줄어든 상황이다.

이들 중 49%는 3·4분기 수출경기가 2·4분기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43%는 우리나라 수출액이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며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답한 무역관은 상대적으로 수출경기가 좋은 미국 무역관 2곳(5%)뿐이었다.

프랑스 파리 무역관에서는 "지난 4월 기준으로 대(對)프랑스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7.5% 줄어든 가운데 특히 자동차와 무선전화기 수출이 각각 39.7%, 89.2%나 급감했다"고 전해왔다. 러시아에서는 일부 기업이 현지 직원 구조조정, 사무실 이전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금결제가 연기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도 많았다.

김광희 우크라이나 키예프 무역관장은 "자동차 부품업체 두 곳이 각각 수만, 수십만 달러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도 대금 미수 건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로의 자동차·전자제품 등 내구 소비재 수출이 90%나 줄어든 상황이다.



이들 중 49%는 3·4분기 수출 경기가 2·4분기보다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3%는 우리나라 수출액이 1~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3%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답한 무역관은 상대적으로 수출 경기가 좋은 미국의 무역관 2곳(5%)뿐이었다.

우리 수출기업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요인은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40개 KOTRA 무역관 중 20곳(복수응답 기준)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이 지목된 요인은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19곳)'였다. KOTRA 무역관장들은 "이제는 중국이 우리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효춘 중국지역본부장 겸 베이징 무역관장은 "제조업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이미 추월했다"며 "향후 5년이 관건"이라고 경고했다. 양장석 대만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스마트폰 부품산업의 경우 중국의 서플라이체인에 포함돼 있던 대만 기업들조차 중국 본토 기업들로 대체되고 있다"며 "한국의 대 대만 반도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한 일본 기업들의 공세도 맹렬하다. 윤 무역관장은 "그동안 한국 제품은 좋은 품질에 일본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웠지만 최근 일본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특히 시장진입부터 쉽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석우 오만 무스카트 무역관장은 특히 자동차·전자제품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마케팅이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한국 브랜드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무역관에서도 같은 의견이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엔저의 고통을 가장 심각했다. 최장성 오사카 무역관장은 "대일본 수출기업의 경우 특히 소비재 완성품 분야에서는 가격인상의 여지가 극도로 낮다"며 "우리 수출기업이 가격을 올려달라고 하면 바로 거래를 끊자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말 1,400원대였던 엔화는 현재 93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에 따라 소비재·부품소재 등의 순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오사카 무역관의 분석이다.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공격적으로 수출촉진에 나서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체감온도는 더욱 싸늘해졌다. 손수윤 파키스탄 카라치 무역관장은 "원래도 중국 제품의 가격이 한국 제품보다 더 저렴했는데 중국·파키스탄 FTA가 발효되면서 한국 제품이 품질 우위를 주장하기 곤란할 정도로 가격 차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설문에 답한 무역관장들은 우선 당장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례로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에서는 현지 제조업 육성 수요를 반영한 중소형 플랜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암스테르담 무역관은 공공조달 등 신규 사업 기회, 방글라데시 무역관은 군·경이나 정부 조달시장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문석 폴란드 바르샤바 무역관장은 "보다 많은 바이어를 만나는 장을 만들어주는 정공법이 최우선"이라며 다양한 수출상담회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오클랜드 무역관에서는 "상반기에만 세 번의 수출사절단 행사, 한 번의 전시회를 열며 '이삭줍기식' 전략을 펼쳤다"고 전했다. 파나마 무역관은 '지방 상권 개척'과 '현지 시장에 맞춘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김영웅 아프리카지역본부장 겸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우리 기업은 랜드화 급락으로 수익구조 악화에 시달리는 반면 일본·독일 기업들은 현지 직접 생산 등의 방식으로 환율 영향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어성일 함부르크 무역관장은 "현재의 수출부진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외부적 요인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수출을 이끌 새로운 성장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주요 대기업의 납품업체로서 함께 사업부진의 타격을 받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인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별 기업이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현지 진출에 박차를 가하자는 의견도 주목할 만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롤리타렘피카' '아닉구딸' 등의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며 프랑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노인호 싱가포르 무역관장은 "효과적인 시장진출을 위해 중소기업형 M&A가 필요하지만 여러 제약이 있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거점인 싱가포르에 중소기업 M&A 거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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