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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길 안토니 대표, '경청 경영'이 컴포트화 톱 비결이죠

아무리 예쁜 구두도 발 불편하면 외면… 판매 저조한 '워스트 톱 10' 철저 분석

고객 원하는 제품으로 연 매출 500억

직원들이 행복해야 좋은 구두 만들어 대기업 수준 복리후생으로 승승장구

김원길 안토니 대표가 16일 경기도 일산 본사에서 올해 주력 제품인 골프화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안토니




국내 컴포트화 1위 업체인 안토니에선 어느 누구도 '불경기'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불경기'라는 단어 자체가 회사에서는 금기어로 돼 있기 때문이다.

16일 경기도 일산 안토니 본사에서 만난 김원길(54·사진) 대표는 "세상 사람들이 내가 만든 구두를 좋아하면 호경기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경기"라며 "고객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한 책임은 결국 나한테 있는 셈인데 안 팔린다고 '불경기'라며 한탄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경청 경영'이 안토니가 국내 컴포트화 1위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는 "세상이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을 열고 주의 깊게 들어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결국 그러한 노력이 밑거름이 돼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수 시장 침체가 구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 최근 김 대표는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워스트(최악의·worst) 톱 10'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공장 곳곳에 판매율이 가장 낮은 제품 10개와 해당 제품의 개발자 이름을 적어 놓은 '워스트 톱 10' 현황표를 붙여 놓고 개발자 스스로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하라는 취지에서다. 직원들에게는 다소 잔인한 조치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직원들에게 당신의 연봉은 사장이나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주는 거라고 강조하곤 합니다. 고객의 외면을 받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반성하고 개선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요? '베스트 톱 10'이 아니라 '워스트 톱 10'을 도입한 건 실패를 최소로 줄여 고객의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안토니가 고객에게 하는 다짐이자 약속입니다."

그 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중견 구두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바이네르'를 인수(2011년)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제화 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구두 설계의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대학에 구두학과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 어떤 구두를 만들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편안한 구두'라고 말한다. "사업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1996년 '3074'라는 제품이 대히트를 쳤어요. 몰려드는 주문에 공장을 풀 가동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요. 그 원인을 분석해 보니까 결국 '편안한 신발'이었던 겁니다. 구두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예쁜 신발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편안한 신발이 있는 거죠. 저는 구두가 아무리 예뻐도 편하지 않으면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안토니에서 생산하는 모든 신발의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고객의 편안함인 거죠."

중소업계에서 김 대표는 '행복 전도사'이자 '기부 천사'로 유명하다. 장학회 설립과 복지시설(박애원·아름다운가게 등) 기부, 아프리카 우물파기 등 기회가 닿는 대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 골프 꿈나무에게 연간 2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 10명의 멘토를 맡아 '비즈니스 꿈나무' 프로젝트도 실천하고 있다. 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1사단과 9사단에서 신병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펼치고 이들 중 우수한 장병을 선발해서 해외 여행도 보내준다. 나눔의 방식도 파격적인 셈이다. 그가 이처럼 '나눔'과 '행복'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배경에는 중졸 제화 기능공 출신으로 맨손으로 성공을 일궈낸 고단했던 세월이 자리하고 있다. 18세에 가방 하나 들고 상경해 영등포의 작은 구둣방에서 구두 인생을 시작했고 지금은 연 매출액 500억원에 달하는 제화업체 강자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의 꿈은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드는 것. 그는 "행복한 직원이 좋은 구두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하곤 한다. 그래서 안토니의 사훈(社訓) 역시 '성공이란 고객에게 사랑받고 사회로부터 존경받으며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지수 1등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 동안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알고자 노력했는데 결국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 세상에서 존경을 받으며 사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인생 후배들에게도 행복과 존경, 이 두 가지를 모토로 인생 설계를 하라고 조언하곤 합니다."

그래서 안토니의 복리후생 제도는 대기업 못지 않다. "일한 만큼 놀고 논 만큼 일해야 지치지 않고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김 대표의 신념에 맞춰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은 물론 1년에 2차례 해외 연수 등도 눈길을 사로 잡는다. 주말에는 회사가 장만한 1억원이 넘는 벤츠 스포츠카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공장 인근 직원 전용 승마장에서 승마도 즐긴다.

행복 경영을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회사가 어떤 향기가 나느냐에 따라 고객이 몰려 올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문화의 향기, 행복의 향기가 넘쳐나는 회사가 만든 제품이라면 분명히 고객들도 그 향기를 맡고 우리를 선택해 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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