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 그 중심에 있는 ‘태풍의 눈’ 자체는 고요하다. 하지만 눈을 중심으로 강력한 비바람이 둘러싸고 있어서 때로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일단 태풍이 발생했다 하면 긴장의 눈으로 그 이동방향을 주시한다. 최근 한국에 때아닌 태풍의 눈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서울시장 출마설 이후 그는 젊은 세대의 멘토를 넘어서 기존 정치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유력한 대선후보로까지 부상했다. 본인은 아직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담담한 모습이지만 정작 그를 둘러싼 주변은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정치권은 간접 영향권에 있는 모습이지만 증시는 이미 태풍의 중심세력 안에 접어들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안철수 연구소의 주가 움직임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안철수 연구소는 안 원장의 행보에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안철수 연구소는 16일 장중 한 때 상한가 부근까지 근접했다가 전날보다 4.38% 오른 9만7,700원에 장을 마쳤다. 서울시장 출마설이 확산됐던 지난 9월1일 주가가 3만4,650원에 불과했던 덤을 감안하면 두 달 여 만에 무려 18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안철수 연구소 주가는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온 지난 9월2, 3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4만7,900원까지 뛰었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설은 안철수 연구소 주가에 다시 한번 날개를 달아줬다. 출마설이 나온 10월7일부터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지방문이 이뤄진 24일까지 주가는 12 거래일 동안 단 하루만 빼고 연속으로 상승하면서 1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뜨겁게 달아 올랐던 주가는 이후 선거 약발이 떨어지자 10월25일부터는 주가가 곤두박질 치기 시작해 불과 4일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한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안철수 연구소는 11월7일 범야권의 통합신당 참여 요청으로 다시 나흘 연속 상승하며 8만원대로 올라섰고, 지난 15일 안 원장의 재산 사회환원 발표 이후 이틀 동안 20% 가까이 뛰었다. 이에 따라 안철수 연구소의 시가총액도 9,783억원까지 오르면서 1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가 뛰면서 안 원장이 내놓겠다고 밝힌 지분(안철수연구소 지분 37.1%의 절반)의 자산가치도 1,81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발표 당시 금액(1,514억원)보다 300억원 정도 증가한 것이다. 안철수 연구소가 기업가치보다는 안 원장의 정치행보에 따라 출렁거리다 보니 주가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가에 대선 테마 관련 내용이 선반영돼 과열 상태”라며 “안철수 연구소는 이미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낼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들은 단기 매매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해 안철수 연구소 주식을 무턱대고 매매하고 있는데 안 원장의 행보가 마무리되면 급락할 위험성도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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