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현대카드가 제휴를 맺고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하나은행-현대카드C'의 판매실적은 약 1만6,000좌(7일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평균 약 3,000좌가 발급된 셈으로 업계에서는 매우 저조한 실적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결과는 '예상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양사가 손을 맞잡을 때만 해도 금융권 최초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지만 실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창구직원에 대한 유인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의 경우 계열사로 전업카드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창구직원이 적극 나서야만 한 구좌를 유치할 정도로 고객 수요가 많지는 않다"며 "더구나 그룹 내에 전업카드사가 있는 상황에서 누가 제휴상품에 관심을 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 계열사인 하나SK카드가 출시한 '메가캐쉬백체크카드'는 올해 초 이후 11개월 동안 100만좌가 새로 발급됐다. 월평균 약 9만여좌가 넘게 발급된 셈으로 창구직원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카드계열사가 없는 산업은행이 롯데카드와 손잡고 출시한 'KDB롯데체크카드'의 경우 현대카드C보다 4개월 먼저 출시됐지만 총판매실적은 5만여좌에 달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점포 수가 하나은행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지만 카드사와 손잡지 않고서는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없으니 그만큼 체크카드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계열 카드사들의 '체크카드 앓이'는 커져만 간다. 금융 당국은 체크카드 비중을 보다 확대해나갈 방침이지만 대기업계 카드사는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소득공제율 확대 등 체크카드 사용을 정부가 유도하면서 체크카드 이용액이 늘고는 있지만 은행계 카드사가 대부분의 과실을 따먹고 있다"며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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