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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류 “팀워크 좋으면 예술축구“
입력2003-05-27 00:00:00
수정
2003.05.27 00:00:00
도쿄 한일전(31일)을 닷새 앞둔 26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는 태극전사들의 거친 호흡이 다시 터져나왔다. 전날 K리그를 소화하느라 쉴 틈이 없었지만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스파이크 자국을 새기며 달리고 또 달렸다.
구장 한쪽 구석에선 트레이닝복 차림의 움베르투 코엘류(53) 감독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라틴계 특유의 쾌활한 표정이었지만 간간이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 일본과의 2차 친선경기는 반드시 승리, 1차전 패배(0_1)를 설욕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3일과 이날 잇따라 기자를 만난 코엘류는 자신의 속내를 한 꺼풀씩 털어놓았다.
▲ `일본은 강한 팀`
“일본은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며 개개인의 기술, 체력도 강한 편이다.” 코엘류의 평가는 간단했다. 단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우리의 장점이 일본의 단점”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농담처럼 건넨 이 말은 코엘류의 축구관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어느 스포츠나 그렇듯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려 득점하는 건 축구도 매한가지. 일본 뿐 아니라 강팀을 이기려면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작은 허점이라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본의 균형을 무너뜨려 우세를 잡으면(장점) 일본이 지는 것 아니냐(단점)는 말을 짓궂게 돌려 표현한 셈이다.
▲ `나는 4_4_2가 좋다`
코엘류가 자주 쓰는 포메이션은 `4(수비)_2(수비형 미드필더)_3(공격형 미드필더)_1(원톱)` 체제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론 현대축구의 주류인 4(수비)_4(미드필더)_2(공격)를 좋아한다”고 공언한다.
4_3_3(미드필더 한명을 공격수로 전환)이나 4_2_3_1은 따지고 보면 모두 4_4_2의 변형이다. 이는 현재의 시스템이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시스템이 중요한 건 팀워크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라며 “선수 모두가 항상 컨디션이 최상일 순 없는 만큼 시스템으로 팀워크를 고르게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팀워크가 좋으면 건설적인 축구가 가능하고 그러면 예술적인 축구가 나오게 된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포르투갈에도 맨땅축구, 뻥축구가 있지만 패스축구 역시 있다”며 `패스게임은 한국축구에 부적합하다`는 일부의 지적을 경계한 그는 “패스가 중요한 건 이를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붉은악마가 나를 오게했다
코엘류는 “한국축구에 대해 솔직히 잘 몰랐다. 하지만 붉은악마를 보고 저 정도 응원문화가 있는 나라라면 갈만 하다고 생각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엄청난 교통체증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 사람들이 라틴계처럼 발랄해 금방 친숙해질 수 있었다.
“나와 한국축구는 지금 발전을 추구하는 단계에 있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엄살을 떤 그는 “포르투갈 감독 시절에도 많은 비난을 샀지만 결국 성공을 거뒀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코엘류는 요즘 프랑스인 아내 로랑스와 딸 조한나(17)를 학업문제로 프랑스로 돌려 보내 종종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한국축구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취미인 골프(핸디 13)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 나의 철학은 `승리`
목표는 당연히 2006 독일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 코엘류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묻어난다. 국민들은 독일월드컵에서도 예선통과는 물론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할 것이라는 말에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나 “나의 축구철학은 이기는 것”이라며 “선수의 질이 경기의 질을 좌우하고 결과적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게 된다”며 평범하지만 철학이 베어 있는 소신을 피력했다.
한국축구의 터전인 K리그를 두고 “2부 리그 탈락제도가 없어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쓴 소리도 잊지 않은 그는 “모든 걸 고려하고 분석한 뒤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코엘류는 포르투갈에서 축구경기를 본 적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대뜸 “포르투갈의 인상은 어떠냐”고 물어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자 그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흐뭇해 했다.
<이범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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