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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슈퍼컴퓨터 전쟁

2015년 중국은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자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보유국이라 주장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슈퍼컴퓨터 톱 500’ 랭킹에서 자국의 ‘톈허-2’가 미국의 ‘타이탄’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중국은 전 세계 슈퍼컴의 단 7%를 보유한 국가다. 반면 미국은 46%를 갖고 있다. 슈퍼컴의 성능은 경제력이나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1위 점령은 21세기형 ‘스푸트니크 쇼 크’가 될 수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부소장이자 슈퍼컴퓨터 톱 500의 공동 편집자인 호스트 사이먼 박사도 중국과의 슈퍼컴 경쟁이 구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과 유사한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양국의 다음 격전장은 엑사스케일(exascale)급 컴퓨팅, 즉 초당 1퀸틸리언의 연산속도를 구현하는 슈퍼컴의 개발이다. 참고로 이는 톈허-2보다 약 30배나 빠른 연산속도다.

누구든 이 목표를 먼저 달성하면 컴퓨팅 파워는 물론 일기예보와 초고연비 여객기 설계, 정밀 의학 분야의 혁명적 진보까지 주도할 수 있다.

“미국은 한때 의심할 여지없는 슈퍼컴 분야의 선구자였지만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투자가 축소되며 중국에게 추월당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컴퓨팅 분야에선 3년만 멈춰 있어도 족히 2세대가 뒤집니다. 그런데 미국은 5년이나 잠들어 있었죠. 2020년대 초에는 엑사스케일급 슈퍼컴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견됩니다.”

슈퍼컴 제조사 크레이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스티브 스코트에 의하면 엑사스케일은 역대 가장 어려운 목표다. “일단 전력 문제에 부딪칠 거예요. 현 기술로는 그만한 성능의 슈퍼컴에 채용된 모든 트랜지스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으니까요. 그랬다가는 과열로 인해 칩이 타버립니다. 전력 효율 개선 속도가 ‘무어의 법칙’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이에 스코트 CTO는 컴퓨팅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고해야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예컨대 현재의 덩치 큰 칩들을 더 단순하고 전력효율이 높은 프로세서들로 대체할 경우 방대한 양의 연산을 동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고픈 코끼리 몇 마리보다는 개미 군단에게 짐을 끌게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하나의 컴퓨팅을 불연속적·비(非)순차적 연산으로 소분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이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다.

아직 이 방식이 시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쨌든 미 정부는 느리게나마 슈퍼컴 경쟁에 복귀하고 있다. 지난 7월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국가 전략 컴퓨팅 이니셔티브(NSCI)’가 그 실례다.

“사실상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에요. 적어도 의회에서 추가예산을 편성해주는 동안에는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다 서로 동떨어진 연구들을 지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당면 과제는 정부와 학계, 기업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과연 신흥세력인 중국과 전통의 강자인 미국 중 엑사스케일의 고지를 누가 먼저 점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푸트니크 쇼크: 1957년 구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창설하는 한편 과학자와 공학자의 육성에 적극 뛰어들었다.

스푸트니크 쇼크 - 1957년 10월 4일 구(舊)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들이 받은 충격.
무어의 법칙 (Moore’s Law) -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주장해 이런 명칭이 붙었다.
NSCI - National Strategic Computing Initi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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