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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자연다큐 '가시고기'

수컷 가시고기 헌신적 사랑 '뭉클'소설 '가시고기'를 시작으로 한동안 가시고기 열풍이 불었다. '추락하는 부권' 시대에 헌신적인 아비의 사랑을 다뤄 부동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연극과 TV드라마로 잇달아 제작되며 신드롬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가시고기 자체는 베일에 가려져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KBS1TV가 27일 오후10시에 방송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가시고기'는 이들의 생태를 조명한 국내 최초의 영상보고서다. 보다 밀도 있는 화면을 위해 방송 시기가 늦추어지자 자연 다큐멘터리 치곤 이례적으로 시청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가시고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다. 이미 이들은 다큐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닌 듯 했다. 1년여의 제작기간 동안 소용된 테이프만도 30분용 250여개. 새끼가 나올 수 있게 알 껍질을 부수는 수컷이나 구애하는 암컷, 둥지짓는 장소 같이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다수 있다 국내에 서식하는 가시고기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등 모두 3종. 주로 보게 될 물고기는 몸에 서너 개의 큰 가시를 지닌, 몸길이 10cm 남짓의 큰가시고기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화면 속에서 가시고기가 집 짓기에 여념이 없다. 생식공에서 배출한 점액질을 이용, 물풀로 만든 둥지를 견고히 하기도 한다. 둥지가 완성되자 암컷이 나타났다. 알을 낳은 암컷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수컷의 모노드라마가 막이 오른다. 제작진이 눈을 씻고 찾아도 도중에 알을 잃는 놈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집념은 대단했다. 알냄새를 없애고 반경 1.5m 내에 어떠한 침입도 허용치 않는 등 온통 알 키우기에 열심이다. 보름 남짓한 이 기간동안 수컷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배출공 자체도 막혀버린다. 대신 신선한 물에 포함된 산소를 알에 공급키 위해 24시간 둥지 입구에서 부채질을 한다. 게다가 부화할 무렵이 되자 스스로 눌러 알을 까준다. 드디어 알이 부화하지만 모든 힘을 소진한 아비는 둥지 앞에서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먹이를 찾는 새끼들이 그 앞으로 몰려든다. 가시고기는 한 편의 드라마다. 육식성 물고기로는 덩치가 작은 이들이 안전하게 새끼를 키우기 위해 선택한 본능이기도 하다. 한시간 남짓 계속된 화면에는 알 낳을 힘 혹은 포식을 위해 수정된 알을 노리는 다른 가시고기, 보다 많은 생존을 위해 네 마리 암컷의 알을 차례로 수정하는 수컷, 생태계가 교란된 현장에 암컷들이 급증한 장면 등 인간사의 모습과 모순에 비슷한 것들이 하나 가득 펼쳐져 있었다. 그러면 어미는? 작은 덩치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의 알을 품고 있던 이들은 산란 직후 기력을 잃고 저만치에서 죽어 있었다. 몇 가지 의문은 남는다. 우리가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건 이들의 본능에 대해서일까. 또, 우리가 보고자 했던 건 정말 가시고기였을까. 아니면 또 무엇일까.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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