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매년 50억 쏟아부어 "월드컵 후 본격 성과측정 계획" <br>국내파 맹활약 흥행열기 기대
| 이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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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현(오른쪽)과 정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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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가 잘해야 16강이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4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對)가나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전력이 지난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대표팀보다 낫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유럽파 키플레이어들을 받쳐 줄 K-리그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황선홍 유상철 최성룡 윤정환 등 일본파가 많던 2002년에 비해 요즘 선수들은 “일본에 가느니 자국 리그에서 뛰겠다”고 할 정도로 K-리그의 수준이 높아졌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 16강 돌파도 23명 엔트리 중 16명을 차지하는 K-리그 선수들이 어떻게 뛰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박지성 이을용 안정환 등 주전급 유럽파가 뜻하지 않게 부상하는 상황이 올 경우에는 K-리거들의 백업이 경기력에 큰 변수가 된다.
■해외파냐 국내파냐
대표팀 사령탑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히딩크와 달리 각각의 포지션 별로 2명씩(골키퍼는 3명) 선수를 선발했다.
이 가운데 포백 수비라인을 담당할 8명의 수비수는 윙백 이영표(토트넘)를 제외하고는 전원 국내파다. 특히 최후방을 담당할 최진철 김진규 등이 어떻게 상대 공격수를 막느냐가 곧 K-리거의 자존심이 될 전망이다.
4-3-3 시스템에서 미드필드를 담당할 6명 중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2명만이 해외파다. 그러나 지난 평가전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박지성과 이을용이 있는 경기와 없는 경기의 차이가 크다는 게 고민이다. 박지성의 백업 격인 김두현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6명의 공격수 중에는 안정환(뒤스부르크) 설기현(울버햄튼) 조재진(일본 시미즈)이 해외파이며 이천수 박주영 정경호가 국내파인데, K-리거 3명 모두 해외파 공격수에 비해 빠지지 않는 기량을 갖췄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마음 놓이는 부분이다.
■포스트 월드컵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선수들이 리그에 복귀하면 삼성하우젠 K-리그의 후반기의 열기도 뜨거워 질 것으로 보인다. 98년의 이동국, 2002년의 김남일처럼 월드컵의 깜짝 스타가 K-리그 흥행을 이끌기도 한다.
6년째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도 포스트 월드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연간 34억 원을 프로축구연맹에 후원하고, 각종 마케팅 비용을 더해 매년 50억 원 정도를 축구 마케팅에 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5년간은 투자 개념으로 후원했다고 하는 게 솔직한 대답”이라면서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 후원에 대한 본격적인 성과 측정을 해 볼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한가지 의문은 백색가전 브랜드인 ‘하우젠’과 프로 축구가 과연 궁합이 맞는 마케팅 파트너냐는 점.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100만 원이 넘는 가전제품을 주부 혼자 선택하기는 어렵고 남편과 함께 고르는 게 요즘의 가전 쇼핑 패턴”이라며 “가전제품 선택에 남편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박용철 홍보ㆍ마케팅 부장은 “가족문화 발전과 지역사회 공헌이 K-리그의 이념이기 때문에 가족 필수품인 가전제품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후원과 성적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고가는 스포츠 종목이다. 국가대표 경기도 그렇고, 프로 리그도 선수 개인도 그렇다. 한마디로 가장 거대한 스포츠 마케팅의 장이다.
유럽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 유명 축구 선수들도 스포츠 용품 브랜드 등 기업의 후원을 받는다. 몇몇 선수들은 입단 조건에 ‘구단 그룹사 CF 출연 0회 이상 보장’ 등이 붙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후원이 정말로 경기력과 축구 문화 수준을 높일까. 대한축구협회 송기룡 홍보부장은 “당연한 것이며 전세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송 부장은 “미래에는 후원 정도에 따른 수준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도 2002년 이후 축구 마케팅 비중을 높이고 있다. 과거 대우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팀을 후원한 이후, 최근 삼성이 후원한 첼시가 잉글랜드 프레미어 우승을 맛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럽 유명 클럽 중 유니폼에 기업의 이름을 쓰지 않는 팀으로는 이번 유러피언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인 FB바르셀로나가 유명하다. 이는 ‘회원의 회비와 입장 수입이 가장 소중하다’는 팀의 이념을 살리기 위한 특수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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