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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면세점 전쟁] <상> 글로벌 영토 확장 나서는 국내업계

세련된 인테리어·K뷰티로 차별화… 괌 찾은 관광객들 "원더풀"

롯데, 괌 공항 면세점 1년간 2000만弗 투자 새단장

관광객 쇼핑패턴·취향 맞게 상품 들여와 성공적 안착

신라도 싱가포르서 화장품 매장 등 2월부터 운영

관광객들이 출국을 앞두고 괌 공항 롯데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그랜드오픈한 괌 공항 롯데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기업이 해외 공항 면세사업 운영권을 통째로 따낸 첫 사례다. /괌=정영현기자


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 최남단에 위치한 미국령 괌은 전체 면적이 54.9㎢ 정도로 거제도와 비슷한 작은 섬이지만 연간 방문객 수는 120만명에 달하는 국제적인 휴양·쇼핑 관광지다. 괌의 유일한 관문인 공항 역시 규모는 작지만 항공사 11곳이 취항해 한국·일본·미국·필리핀·호주·러시아·말레이시아·대만·사이판 등지에서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후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3년 4월 기존 공항 면세점 운영자이자 세계 1위 면세점 기업인 DFS갤러리아와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보장되는 괌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입찰경쟁을 벌여 승리했다. 국내 면세점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공항 면세점 단독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이승준 괌 롯데면세점 매니저는 "해외 면세점 운영경험 면에서는 DFS갤러리아에 비해 열위지만 한국 면세점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상품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새로운 운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괌 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후 개·보수 작업에만 1년 이상의 시간과 2,000만달러의 비용을 투자했다. 낡은 바닥재와 천장 장식을 뜯어내고 매장 구성도 새로 짰다. 지난 30년 동안 괌 공항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DFS갤러리아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고 '한국의 롯데가 하면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2,250㎡ 규모의 공항 면세점에 향수·화장품·패션잡화·시계·주류·담배 등 모든 품목을 넣었고, 특히 설화수·라네즈·미샤 등 뷰티 한류의 대표 브랜드를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이 같은 시도는 괌 공항 분위기 자체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디 칼보 괌 주지사는 오픈식에 참석해 "괌 방문객들이 공항에서 수준 높은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롯데면세점의 대대적인 투자에 감사함을 전했다. 관광객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공항에서 만난 일본인 엔도씨는 "괌에 자주 오는 편인데 공항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상품 종류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괌 입성 후 주요 방문객인 한국인·일본인의 쇼핑 패턴 및 취향을 분석했고 DFS갤러리아와의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상품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스워치, 빅토리아 시크릿, 벨루가 위스키 등을 새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고 설화수의 경우 아모레퍼시픽과 협력해 판매가를 낮게 책정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인 '엔저'를 만났기 때문이다. 괌 전체 방문객의 70% 정도가 일본인이라 괌 사업 시작과 함께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민 괌 롯데면세점 법인장은 "최근 엔저로 일본인 관광객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괌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는 선방하고 있다"며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만큼 연 40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롯데면세점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큰손인 중국인들이 미국의 비자정책으로 괌에 본격적으로 상륙하지 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1만명도 안됐던 중국인 관광객은 비자정책이 완화된다면 연간 30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괌 주정부의 예상이다.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과 괌을 연결하는 정기 노선이 열린다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괌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의 평균 객단가는 일본인의 1.5배 수준으로 한중일 관광객 중 씀씀이가 가장 크다.

롯데면세점이 공을 들이는 곳은 괌만이 아니다. 이미 진출한 지역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및 시내,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 싱가포르 창이 공항 등에 이어 앞으로 일본 도쿄와 오사카 시내 면세점 진출을 노리고 큰 그림에서는 운영권 입찰이 예정된 곳은 가능한 한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롯데와 함께 국내 면세점 업계를 대표하는 신라면세점 역시 쉽지 않지만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새로운 성장 가도 개척에 나섰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쟁쟁한 글로벌 경쟁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연간 여객 수가 5,400만명이 넘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내 화장품·향수 면세사업권을 모두 따내 올 2월 전체 19개 매장의 운영을 시작한다.

또 지난해 마카오국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 합작 형태로 참여해 공항 면세점의 절반에 해당하는 1,122㎡에 대한 5년간의 운영권을 확보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해외 사업권을 따냈지만 본격적인 해외 사업은 사실상 처음인 만큼 국내와는 다른 사업환경에서 적응과 도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관광객 증가와 함께 세계적으로 면세점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국내 면세점은 중국인 대상 영업력 및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각국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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