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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토를 넒혀라] 김치·불고기를 '한국판 스시'로 정부·기업 공조체제 구축 시급


지난해 8월 미국 LA 메모리얼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4' 현장. CJ제일제당이 마련한 푸드트럭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이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은 비빔밥·닭강정·만두튀김 등 K푸드로 애초 준비한 1,000여명 분량의 음식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바다 건너 '메이드 인 코리아' 음식에 연신 '야미' '베리 딜리셔스'를 외치면서 주저 없이 지갑을 연 것이다.

반면 같은 해 5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태국국제식품박람회(THAIFEX·World of Food Asia)' 현장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행사 시작 전만 해도 한국은 중국(146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9개 기업이 참가하며 '제2의 한류' 열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 대부분이 불참했고 그나마 한국을 대표해 aT센터가 운영한 국내 김치관조차 행사준비 차질로 둘째 날 정오가 돼서야 상품을 진열하는 등 불협화음 속에 주인공 자리를 태국·일본·중국 등 경쟁국에 내줬다.

정부와 식품회사가 한식 세계화를 둘러싸고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양측이 'K푸드를 새로운 한류로 육성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과정이나 결과 면에서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식품기업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현지 행사를 열고 할랄 인증 획득, 독자 식품기술 개발, 글로벌 브랜드 론칭에 힘을 싣는 등 K푸드를 알리며 이윤까지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전도사를 자처하며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자 개척자 역할까지 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에 몰두한 나머지 K푸드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자국 기업을 지원해 끌어주어도 모자란 판에 졸속 행정으로 짐만 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정부·기업 간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K푸드를 세계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의 공격적 행보에 정부가 자금·인프라 구축 지원, 규제 완화 등으로 날개를 달아줘야 김치·불고기·비빔밥 등을 '제2의 스시'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본 '기무치'와 중국 '파오차이' 등의 공격으로 종주국 위상까지 위협받고 있는 김치의 뼈아픈 선례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식품기업 고위관계자는 "일본 기무치에 이어 중국까지 파오차이를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조차 김치는 수입량이 수출량을 넘어서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금액은 지난 2013년보다 5.8% 줄어든 8,403만달러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김치는 2007년 이후 2009년 단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1억달러 이상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K푸드 세계화에 나서는 공조체제가 절실하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세계 주요 식품박람회부터 공략하는 등 차별화 정책을 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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