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해상광구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정제공장 투자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180㎝는 훨씬 넘어 보이는 장대한 기골의 칼레드 마프드 바하(43ㆍ사진) 예멘 석유부 장관이 집무실이 울릴 정도의 목소리로 시원하게 올해의 계획을 밝혔다. 짧은 머리에 콧수염이 인상적인 바하 장관은 지난 2005년 41세에 예멘에서 요직인 석유부 장관을 맡아 원유개발과 정유ㆍ석유화학 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인도 푸나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뒤 캐나다 석유회사인 넥센에서 14년 동안 기획과 금융ㆍ예산ㆍ인사파트를 두루 거친 기업인 출신이다. 향후 예멘의 유전개발 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는 대뜸 비서에게 지도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넓은 회의용 탁자로 자리를 옮긴 뒤 바하 장관은 예멘 지도를 펴고 거침없이 설명했다. “현재 87개 광구 중 면적이 큰 광구들을 분할해서 100개 이상의 광구로 만들 겁니다. 동시에 올해에는 10개의 광구를 국제 입찰에 붙여 원유탐사에 나설 것입니다.” 바하 장관은 또 “내년에 해상광구 운영권을 집중적으로 국제 입찰에 내놓을 것”이라며 “세계 석유회사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대대적인 국제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입찰자격과 관련, “원유개발 실적이 있어야 하고 환경문제를 잘 처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지난해 14개 광구 입찰에 63개 회사가 신청했지만 34개 회사만 조건을 충족했다”고 소개했다. 예멘의 원유생산 능력은 하루 38만배럴 수준. 2005년 40만배럴보다 줄어든 것은 그만큼 유전개발이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예멘 정부는 원유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해외 석유회사들을 유치해 원유생산량을 증대시키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올해 예멘의 원유생산 능력에 대해 “예측불허”라며 “생산 중인 12개 광구를 제외하고 현재 탐사 중인 광구 중 최소 40개가량에서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석유공사가 단독 운영권을 따낸 4광구에서도 원유 증산을 기대하고 있다”며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바하 장관은 “한국 기업들은 원유개발 경험이 길지 않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한국 기업들이 원유를 잘 찾아 ‘윈윈’ 했으면 좋겠다”고 한국 기업을 극찬했다. 그는 또 “올 3ㆍ4분기에 한국을 방문한다”며 “석유공사와 SK㈜ㆍ현대건설 등을 방문해 사업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유정제와 석유화학 산업의 발전계획(다운스트림)에 대해 “내년까지 2~3개의 정제공장 건설을 시작하고 싶다”며 “이를 위한 투자가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하루 5만배럴짜리 1개 공장과 10만배럴짜리 2개 공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투자가에게 100% 단독 지분을 보장하고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할 뿐만 아니라 5년간 세금을 면제해줄 겁니다. 원유를 사우디나 이라크 등 외국에서 들여와도 되고 마음대로 수출해도 됩니다.” 파격적인 투자조건을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하루 10만배럴의 원유 소비를 하는 예멘은 내수만을 위해서는 3개의 정제공장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보다는 해외 자본을 유치,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바하 장관은 이어 “석유화학 분야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제조공장을 지을 방침”이라며 “가스생산을 대폭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예멘LNG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며 한국 기업들이 가스를 생산하는 마리브 광구를 직접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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