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수출 부진이 걱정된다”며 “4월 경제전망에 비해 성장경로 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열린 금통위에서 “우리 경제가 개선신호를 보이고 있다”, “경제전망과 실제 상황이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낙관론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 총재는 26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내수는 완만하지만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수출은 부진하다”며 “한은이 4월에 본 성장경로 상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총재가 이번달 금통위에서 “4월 수정 경제전망 이후 한달간 경제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망과 실제 상황이 부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한 데서 상당한 입장변화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수출 부진을 부각시키는 데 할애했다. 그는 “수출이 올들어 4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데 이어 5월도 20일까지 지표를 보니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우리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금액 비중이 40%대로 선진국(10%대)에 비해 크게 높아 수출 부진이 우리 경기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훨씬 크다”며 “최근 수출부진은 중국의 성장둔화, 엔화 약세 같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중립적이되 다소 매파적’이라는 이번달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해석을 중립적 혹은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끌고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말 사이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설이 급부상하면서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낮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 상황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입수되는 정보에 기반해(데이터 디팬던트) 매 회의 때마다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통화정책도 새로 입수되는 지표들이 우리가 보는 성장전망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성장이나 물가,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언한 데 대해 “국제금융시장 자금흐름이나 가격 변수 움직임을 잘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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