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롯데, LG, 기아가 4위 자리 다툼을 벌이듯 코스닥시장에서도 시가총액 4위 자리를 두고 싸움이 한창이다. 주인공은 CJ오쇼핑과 포스코ICT, 그리고 OCI머티리얼즈(구 소디프신소재). 전문가들은 이들의 시총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한동안 코스닥시장의 주된 관심사는 셀트리온과 서울반도체의 ‘대장주 싸움’이었다. 최근 두 달 새 7번이나 자리바꿈을 할 만큼 이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하지만 이들이 3위 밑으로 내려간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올 1월 이후 줄곧 코스닥 시가총액 3위를 지키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함께 견고한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4위 자리 다툼은 더 매섭게 진행됐다. 올 초까지만 해도 풍력주 태웅과 교육서비스 대장주인 메가스터디, 그리고 NHN이 떠난 후 코스닥의 포털 맹주자리를 차지한 다음이 번갈아 코스닥시장 4위 자리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전방산업의 특수를 타고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특수가스 생산업체인 OCI머티리얼즈가 치고 올라왔다. OCI머티리얼즈는 7월 중순까지 4위 자리를 수성하며 ‘4강 체제’에 안착하는 듯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모기업 포스코의 안정적인 성장과 외국인∙기관의 매수세로 포스코ICT가 금세 4위로 뛰어올랐다. 그 후론 포스코ICT와 CJ오쇼핑의 싸움이었다. 7월 말, 두 업체는 4위 자리를 놓고 7거래일 동안 4번 자리를 바꾸는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8월 들어 초반에 CJ오쇼핑이 6위로 처지는 동안 포스코ICT와 OCI머티리얼즈는 2번씩 4위 자리을 차지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은 다시 CJ오쇼핑이 선두로 나서는 모습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IT와 관련이 큰 포스코ICT나 OCI머티리얼즈가 그 동안의 상승폭은 반납하면서 꾸준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CJ오쇼핑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시총 차이가 CJ오쇼핑과 포스코ICT는 700억~800억원, 포스코ICT와 OCI머티리얼즈는 불과 200억~300억원이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경택 동양종합금융증권 스몰캡(중소형주) 팀장은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가 1조원이 넘기 때문에 1%만 왔다갔다해도 100억원이 움직이는 것이므로 순위는 하루 만에 바뀔 수도 있다”며 “앞으로 사업성 있는 신사업을 누가 먼저 추진하는지 등의 여부에 따라 4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4강 다툼이 과거 셀트리온과 서울반도체의 1위 싸움과 같은 ‘흥행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다.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장 전체가 워낙 침체인데다가 이들의 시총 차이도 크지 않아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