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항구에 기항하면 현지인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곤 ‘원더풀’을 연발해요.” 한진해운 박미영(26ㆍ사진)씨는 해운업계에서 ‘여성 일등 항해사(일항사) 1호’라는 화려한 명함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 국내 최초의 일등 항해사로 올랐을 땐 여성진출을 엄격히 금지했던 해운업계에선 대단한 화제를 몰고 왔다. 현재 승선생활 5년째를 맞고 있는 박 일항사. 그녀는 현재 한진 베이징호에 승선해 선박화물 관리를 비롯해 본선의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 일항사는 선박을 맡아 움직이는 소감을 묻자 “강한 책임감만 생겼다”고 말했다. 박 일항사는 이어 “승선 생활은 작은 톱니바퀴가 커다란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돌리듯 개개인의 책임아래 거대한 배가 움직인다”며 “한 사람이라도 어긋나면 배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가 원만하게 움직이려면 그녀의 역할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녀가 일항사로 승선할 때 미국에 간 적이 있는데 당시 그녀를 본 현지 세관직원들은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미국에서 조차 보기 힘든 여성항해사를 봤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회고했다. 힘도 세고 덩치도 큰 남자 부하직원들을 다스리는 나름대로의 비법에 대해 그녀는 “힘보다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시키는 게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 부하직원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게 남자직원을 다루는 그녀만의 노하우다. 박 일항사는 마지막으로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한번 결정한 길을 바꾸지 않고,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다를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항해사에 도전하라”고 활짝 웃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