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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유독 따가운 프랑스 남동부의 작은 마을 생폴레뒤랑스. 한적하고 여유롭기만 한 생폴레뒤랑스에는 사실 놀라운 첨단 과학기술이 숨어 있었다. 이곳의 카다라슈라는 지역에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물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이를 추진하는 ITER 국제기구(IO)가 위치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찾은 카다라슈의 ITER 건설 현장에는 5대의 크레인과 1,000여명의 인부가 바닥 기반 공사를 끝내고 핵심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철근과 기둥을 쌓아 올리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패티슨 로랑 ITER 원자력건물 건설책임자는 "ITER 회원국이 제작한 구성품을 조립하는 빌딩에는 1,500톤 규모의 크레인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지하에는 강력한 지진에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내진설비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ITER는 화석연료 고갈 위험과 환경 문제를 대비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하려고 추진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다. 지난 1985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1988년 사업이 공식 출범했다. 초기 멤버는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 4개국이었으나 핵융합 연구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이 2003년, 인도가 2005년에 각각 합류해 총 7개국으로 IO가 구성됐다. 사업비는 총 71억1,000만유로이며 EU가 45.46%를 나머지 국가가 각각 9.09%씩을 분담한다.
ITER는 2007년부터 이곳 카다라슈에 건설되기 시작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별로 할당된 ITER 주요장치를 각국에서 제작·조달 후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할 계획이다.
로버트 아녹스 IO 홍보담당자는 "유럽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이유는 주관 멤버인데다 ITER 건설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가장 크게 얻기 때문"이라며 "세계 에너지 소비가 1973년부터 현재까지 50% 늘었고 2030년까지 추가로 60%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TER 프로젝트의 성공은 인류의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이 이렇게 합심해서 ITE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는 자원고갈과 대체 에너지 개발이 어려운 현실에서 핵융합에너지만큼 효율적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핵융합 반응은 태양 내부와 같이 플라즈마 상태의 작은 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는 과정으로 이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할 경우 별다른 화석 연료 없이도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핵분열을 기반으로 하는 원자력발전과는 다르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과 연료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오작동 시 곧바로 정지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사고나 폐기물 걱정을 할 이유가 없으며 효율성도 좋아 최고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으로 각광 받고 있다.
현재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7개국은 한국의 케이스타(KSTAR)를 비롯해 대부분 자체 핵융합연구장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은 연구가 미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ITER를 통해 기술선진국들의 노하우를 모아 핵융합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하루라도 앞당겨 실증하려는 게 프로젝트의 근본 목표이다.
마크 헨더슨 IO 가열장치부서장은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에너지만큼 효율적이지 못하고 원자력발전 역시 화석 연료와 비슷한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며 "핵융합이야말로 가장 도전적이지만 가장 장기적인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았다. 각국의 자금조달 문제와 원자력발전을 기준으로 묶인 각종 규제 등이 그것이다. 또 핵융합 장치 개발 기술이 제각각이다 보니 각국이 흩어져 제작하는 부품 개발 단계가 혼재돼 있는 점도 사업 진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현재 본격적인 공사가 5년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진행률은 10%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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