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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 경제를 믿자

김인영 경제부장 <a href="mailto:inkim@sed.co.kr">inkim@sed.co.kr</a>

올해도 역시 경제 살리기가 연초 화두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 재계 인사 모두가 경제를 살리자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벤처 활성화, 종합투자계획을 내세워 경기부양 의지를 강조하고 경제학자들은 저마다 묘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경제를 살리자는 사람들이 빼놓은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신뢰’다. 수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으면 무엇하랴. 국민이 정부와 한국경제를 믿지 못하면 허사고, 정부가 기업을 믿지 못하면 어떠한 대책과 구호도 소용이 없다. 지금 한국경제는 심리적 불안상태, 즉 신뢰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가 수십조원의 공공자금을 쏟아붓고 세금을 깎아줘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한은이 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이 악순환은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실타래처럼 얽힌 경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경제에 대한 신뢰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신뢰라는 단어는 상대방을 믿는다는 의미(trust)와 자신감의 의미(self-confidence)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존스홉킨스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트러스트’에서 “신고전학파의 시장 자유주의 이론의 80%는 옳지만 나머지 20%는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파했다. 그의 주장대로 시장 제도가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져도 구성원간의 신뢰에 균열이 생기면 경제가 무너진다. 미국 금융시장도 지난 2002년 연이은 회계부정으로 인한 ‘신용의 위기’를 겪으면서 추락했고 한국은 97년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와 지배구조로 외환위기를 맞지 않았던가. 지금 한국경제는 정부에 의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정부와 정치권을 불신하고 있는데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집값을 잡으려다 건설업계가 다 죽을 위기에 빠지자 건설업 연착륙 대책을 꺼내는 시행착오를 범했다. 경제위기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불손한 시각으로 보다가 언젠가부터 경기부양책을 꺼낸 것이 정부였다. 새해에는 정부가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얻어나가는 노력을 한층 높이는 것이 다른 어떤 활성화 대책보다 중요하다. 기업과 소비자ㆍ투자자들의 자신감도 중요하다. 한국인은 외국인보다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높다. 뉴욕 월가의 이코노미스트 중 십중팔구는 한국경제를 낙관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비관론을 펼쳐야 전문가인양 하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다. 한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한때 낙관론에 젖어 외환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원죄를 안고 있다. 그들은 이제 거꾸로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경제를 망치는 데 앞장서는 게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증시는 외국인 점유율이 40%를 넘어서고 주식 거래량의 3분의2가 외국인의 손에 움직이는 종속 상태에 있다. 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경제를 믿지 못하고 조금만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팔아버릴 때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값싼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신뢰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 탓만 할 수 없다. 증권시장을 외국에 내주고 부동산에 집착하는 것도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소비를 줄이고, 외국에 나가 돈을 펑펑 쓰고,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것도 신뢰성 부족의 결과다.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에 앞서 정부가 국민과 기업에 신뢰를 주고 국민과 기업이 한국경제를 신뢰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신뢰의 토대 위에 개발연대의 ‘하면 된다’는 열정,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국민적 자신감이 형성된다면 어떤 경기부양책보다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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