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삼성생명(032830) 지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에 성공하면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139480)의 주가가 나란히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추진하는 면세점 진출 투자 재원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비록 내리기는 했지만 블록딜에 따른 할인폭보다는 하락폭이 작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전날 장 마감 후 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지분 600만주를 전날 종가(11만6,500원)에서 6.27%의 할인율이 적용된 주당 10만9,200원에 모두 팔았다.
매각된 주식 수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각각 300만주(1.5%)로 총 매각대금은 6,552억원이다. 이번 블록딜에는 해외 국부펀드와 헤지펀드를 비롯한 해외투자가들이 전체 물량의 74%, 국내 투자가들이 26%를 각각 가져갔다. 블록딜 거래 관계자는 "전날 장 마감 후 국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이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밤중에 이미 매각 희망 물량을 훨씬 웃돌았다"고 말했다.
블록딜 성공 소식에 관련주들의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신세계백화점은 전날보다 0.99%(2,500원) 오른 2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9% 가까이 상승세를 지속하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승폭을 줄였다. 이마트도 장 초반 2% 가까이 뛰어오르다 장 막판 하락하면서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블록딜을 통한 자금 확보가 신세계백화점의 면세점 사업과 이마트의 복합쇼핑몰 등 신사업 추진 기대감을 더욱 높일 것으로 평가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사업 추진을 위해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 차입금 규모가 커 보유 주식 매각을 선택한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자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 진출에 따른 실적 기대감도 따라 높아지고 있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내면세점으로 전환하기로 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영업면적은 약 3,000평으로 장충동 신라면세점이 2,000평 면적에 9,0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진입 초기임에도 명동에서 5,000억~6,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 대략적으로 450억원의 면세점 순이익이 도출되는데 이를 내년 전체 순이익 컨센서스 1,800억원과 합산하면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에 불과해 면세점 사업 진출에 따른 주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블록딜에 따른 물량 부담에 전날 대비 3.86%(4,500원) 하락한 1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삼성생명 보유 지분 600만주를 6.27% 할인된 가격으로 한꺼번에 내다 판 것에 비하면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전날 블록딜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하루 거래량은 평소보다 3~5배 많은 146만7,000주를 기록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올 들어 가장 많은 422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49억원, 167억원 순매수하며 주가 하락을 막았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체 주식의 3%에 해당하는 600만 주가 6% 이상의 할인율이 적용돼 팔렸지만 이날 장 상황만 놓고 보면 개인과 기관의 견조한 순매수세는 흔들리지 않았다"면서 "블록딜이라는 단기적 이벤트보다 최근 장기물 국채 금리 인상 등 이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지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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