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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항! 한국號 어디로 <1-5>] 하향평준화 대학교육 "경쟁력 없다"

교육경쟁력 60개국중 59위‥구조조정·연구중심 전환 시급

지난해 10월 열린 D증권사 최종 면접 장소. 취업 난을 반영하듯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국내 유수의 대학 졸업자, 미국공인회계사(AICPA) 등 각종 자격 취득자에 해외 유명대학의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지원자까지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증권 및 회계실무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에도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입을 떼지 못했다. 면접에 참석했던 증권사 임원은 “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있어서, 주어진 정답 외에는 답을 거의 하지 못하더라”며 “이력서로만 보면 초 일류 경쟁력을 가진 인재 일지 모르지만 실무에서는 당장 쓸 수 없는 껍데기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고 학력에 각종 자격증으로 무장했지만 정작 기업 입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MID)가 내놓은 ‘2004년 세계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경쟁력은 조사대상 60개국 중 59위를 차지, 사실상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물론 MID의 조사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의 교육경쟁력이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주요 국가에도 뒤쳐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 순수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한 반면 우리는 아직까지 수상자를 한명도 내놓지 못한 것은 기초과학 분야와 대학 경쟁력에 있어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려면 대학교육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직 산업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먼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연구 중심교육으로 대학교육을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학의 과감한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 경쟁력 없는 대학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완전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주 전국기획처장협의회장(동신대 영어학과 교수)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의 정원을 먼저 대폭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학생 1명당 교수 수나 연구비 등 열악한 대학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배경에서 나온 말이다. 이 교수는 “황무지에 잡초를 뿌려놓고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옥한 토양을 먼저 만들어 주고 대학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적 팽창에만 목 메지 말고 질적 경쟁에 나서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국립대를 공립으로 전환하고 경쟁력 없는 사립대나 지방대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대와 산업대, 대학원 등의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도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구상중인 정책의 일환이다. 구조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 던 정부도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위해서 양손에 직접 메스를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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