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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황형 흑자 후유증 경계해야


지난 10월 사상 첫 월간수출 500억달러를 돌파하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63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상 최초 월간수출 500억달러,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달성 뒤에 가려진 불황형 흑자의 문제점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많은 후유증이 뒤따르게 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불황형 흑자는 세 요인에 따른 것이다. 첫째, 수출정체에도 불구하고 수입감소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있다. 1~10월 중 수출은 전년동기비 1.9% 증가에 그쳤다. 올해 수출이 5,500억달러가 돼도 전년비 0.4% 증가에 불과하다. 2001~2011년 연평균 수출증가율 12.1%에 비해 너무 저조하다. 정상적이라면 올해 수출이 6,000억달러 정도는 돼 월간 수출 500억달러를 벌써 상반기 중에 달성했어야 했다. 반면 1~10월 중 수입은 성장둔화로 전년동기비 1.2% 감소했다. 이처럼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증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출이 저조한 가운데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감소해 달성된 불황형 흑자다.

내수부진이 원인 환율부담만 키워

둘째, 만성적자였던 서비스수지가 지난해부터 흑자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57억달러 흑자로 돌아선 후 올해도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서비스수지와 운송수지 흑자 증가와 사업서비스수지 적자 축소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건설서비스 수입이 197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같은 추세다. 이는 극심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계가 출혈까지 감수하며 해외로 진출한 데 따른 결과다. 사업서비스수지 적자규모 축소도 국내 경기침체와 관련이 크다.

셋째, 2006년부터 흑자를 지속해온 본원소득수지가 지난해부터 흑자폭이 57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개선되고 있다.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른 수익금 송금 증가 덕분이다. 이처럼 건설서비스수지 흑자 증가, 사업서비스수지 적자 감소, 본원소득수지 흑자 증가가 모두 국내 경기부진과 관련돼 있다.

불황형 흑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2009년·2012년 수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하락 또는 둔화로 수입이 감소해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증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성장률이 -5.7%를 나타내고 수출이 2.8% 감소했으나 수입이 35.5% 크게 줄어 경상수지가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였던 426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도 성장률이 0.3%에 그쳐 수출이 13.9% 줄었으나 수입이 25.8% 감소해 경상수지는 32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처럼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는 언제나 위기 이후 수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해 일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로 위기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해의 불황형 흑자도 아직 한국 경제가 위기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다.

내수회복 위한 투자환경 개선을

불황형 흑자는 원화가치 절상 압력이 되고 있어 문제다. 벌써 최근 발간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출구전략 시행 이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을 때도 한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흑자국에 약세를 용인하지 않고 절상을 강요하는 등 신환율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수출증가가 아니라 내수부진으로 발생하는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가치가 절상되면 내수침체에 더해 부진한 수출마저 더욱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원화가치 추가 절상보다는 부진한 내수를 회복시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조절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내수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책은 투자촉진을 위한 투자환경 개선이다. 금융ㆍ교육ㆍ의료ㆍ관광ㆍ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산업 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소비활성화를 겨냥한 부동산경기 정상화, 가계부채 연착륙도 내수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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