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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외국계 은행의 비애

"바뀐 모습 아무리 보여줘도…" 지워지지 않는 환란의 상처<br>외환, 토종 변신 위해 안간힘 검찰 압수수색에 노력 물거품<br>기업금융 강자 SC은행 등도 옛 명성 못 찾고 점유율 하락


2003년 8월27일 오후4시20분 롯데호텔. 외환은행은 론스타에서 1조3,858억원을 받고 지분 51%와 경영권을 넘겼다. 외환위기(IMF) 이후 대규모 자본확충이 절실했던 외환은행은 그렇게 외국계 사모펀드 손에 들어갔다. 당시 재무관료들은 매각만이 대안이라고 판단, 외환은행 매각을 밀어붙였다. 시중은행을 파는 것이었지만 당시 경제상황으로서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다.

그로부터 9년. 지난해 하나금융에 다시 팔리기까지 외환은행은 옛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망가졌다. 론스타 체제 아래에서 외환은행은 자기 잇속만 차리는 '장사꾼'이 됐던 것이다. 그런 문제점이 최근 곪아터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외국계 자본에 은행을 넘겨야 했던 환란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셈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모든 업무에 걸쳐 리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었던 9년간 은행의 모든 업무방식이나 관행에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고위관계자는 "론스타 밑에 있었던 9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며 "처음부터 다 리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 가산금리를 마음대로 인상해왔던 일과 관계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290여개 지점에서 조직적으로 가산금리를 불법 인상했다. 이 일로 검찰이 19일 은행을 압수수색했다. 금감원의 고위관계자는 "담당 부행장이 직접 지점에 공문보내 가산금리 올리라고 독촉하고 안 올린 곳은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며 "대출 1주일 만에 가산금리를 올린 곳도 있었다"고 했다.

외환은행의 중기대출 가산금리 불법인상 사례는 외국계 대주주가 있는 은행의 비애를 보여준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시중은행을 반강제로 외국자본에 팔아야만 했다. 은행은 한 나라의 산업을 돌아가게 해주는 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어느 나라도 시중은행을 외국에 매각하지 않지만 외환위기로 달러가 급했던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장은 해외신인도가 높아졌지만 기대했던 금융산업 발전은 전혀 없었다. 외환과 대기업에 강했던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으면서 상당수 해외점포가 없어졌고 위험도가 높은 중기대출은 철저히 외면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민주통합당)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외환은행은 중기대출을 무려 34.7%나 줄였다.



그러면서 배당은 꼬박꼬박 챙겨갔다. 은행은 성장동력 없이 고사돼 가는데 주주이익만 챙긴 것이다. 론스타는 2006년에 4,167억원의 배당을 받았고 ▦2007년 2,303억원 ▦2008년 411억원 ▦2009년 1,678억원 ▦2010년 3,570억원 ▦2011년에는 4,968억원을 챙겼다. 론스타는 지난해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팔아치우면서 차익도 고스란히 얻었다.

이처럼 외국계 대주주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실현했지만 그 부작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환란 이후 팔린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마찬가지다. 한때 '조ㆍ상ㆍ제ㆍ한ㆍ서'로 불리며 5대 시중은행으로 각광을 받았던 기업금융의 강자 제일은행은 SC은행으로 넘어간 뒤 소매은행으로 전락했다. 탄탄한 은행이었던 한미도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만 하는 은행이 됐다. 특히 두 은행은 외국계라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파생상품거래 등에 집중하고 있어 자금거래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민원도 가장 많다. 20일 금감원이 내놓은 금융회사별 민원건수를 보면 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ㆍ외환은행은 수협에 이어 2~4위를 차지했다. 반면 사회공헌은 가장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을 보면 사모펀드에 팔린 은행의 아픔을 알 수 있다"며 "외환은행이 환란의 상처와 론스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고 있는데 각종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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