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현대인의 필수품이라는 스마트폰만 보더라도 매일같이 신제품을 선보이며 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는 마당에 감히 10여년 뒤 모습을 그려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고 더 나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미래 세상을 실험실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미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산실 21세기 프런티어 그렇다면 미래의 세상을 열어주는 동시에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과학기술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T)이 향후에도 혁신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몰고 오겠지만 나노기술(NT)ㆍ환경기술(ET)ㆍ생명기술(BT) 분야가 미래의 인류 문명사에 미칠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 각국이 이들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도 연구개발 분야에서 활발하게 국책사업을 추진해왔다. 선진국과 경쟁 가능한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선택, 집중 개발해 세계 최정상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999년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은 실험실에 갇힌 과학이 아니라 기업체에 이전해 상용화할 수 있는 실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다. NTㆍETㆍBT 분야를 중심으로 그동안 16개 사업단이 선정돼 10년간 장기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각 사업단마다 연간 80억~100억원이 투입됐다.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자 8,500여명(연인원)이 이 사업에 참여해 열정을 불태웠다. 지난 10년간 한 사업단을 이끌어온 50대 후반의 한 교수는 "내 연구의 황금기 10년을 프런티어 사업에 후회 없이 모두 바쳤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사업단별로 독자적, 또는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세계적 수준의 기초ㆍ원천기술은 한둘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이산화탄소 회수용 고분자 분리막, 초전도 한류기, 추위ㆍ가뭄 등 악조건에서도 자라는 슈퍼 벼, 최첨단 소재 '탄소나노튜브 실' 생산기술, 각종 암과 파킨슨ㆍ당뇨병 등 난치성 질환 정복을 위한 원천기술, 각종 지하매설 배관의 누수 감지 시스템 등이 그 예다. 삼성전자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담은 CTF(Charge Trap Flash) 기술을 개발, 테라급 반도체 시장을 열어가고 있는 것도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1세기 프런티어 사업단에서 개발한 기초ㆍ원천기술 가운데 450여건이 이미 국내외 기업체로 이전돼 실용화됐거나 상용화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술 이전 계약금이 1,350억원에 이르고 향후 매출과 연계된 러닝로열티 발생으로 기술료 수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사업을 통해 창출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9,660건과 국내외 특허출원 7,584건, 특허등록 3,478건 등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유망 기술의 씨앗도 많이 확보했다. 450여 이전기술 상용화 한창 이제 21세기 프런티어 사업은 16개 사업단 중 8개가 지난해와 올해, 나머지는 2013년까지 종료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프런티어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해 미래 원천기술 강국을 위한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프런티어 사업의 성과를 공유ㆍ확산시키기 위한 학술대축제 '2011 프론티어 연구성과대전'이 열린다. 세계적 수준의 신기술을 개발한 국내 연구자들이 말하는 미래 세상을 함께 만나보고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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