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플랜트 부문에서 이달에만 45억달러어치를 수주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8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사빅(SABIC)의 계열사인 NIGC사로부터 총 3억달러 규모의 에어세퍼레이션유닛(ASU)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ASU는 공기를 압축한 후 영하 약 200도의 극저온 상태에서 성분을 분리해 하루 3,550톤의 산소, 3,600톤의 질소 등 150톤 규모의 아르곤 가스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 회사는 이달 초 알제리에서 26억달러짜리 초대형 플랜트를 수주한 데 이어 사우디 주베일 플랜트 등 이달에만 총 4건, 45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전체 수주금액은 50억달러로 올해 수주목표인 7조원의 85%를 달성했다. 회사 측은 특히 중동 지역에서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수주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우리의 친구" 최근 사우디의 사빅을 방문한 삼성엔지니어링 K과장은 깜짝 놀랐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대했던 사빅 관계자들이 마치 형제를 대하듯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빅사의 관계자들의 태도가 변한 것은 지난 2003년 사빅사로부터 첫 수주를 한 후 맺어온 끈끈한 신뢰 덕분이다. 당시 납기를 완벽히 준수하고 품질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후 삼성엔지니어링은 페트로케미아 프로젝트(2005년), 샤크 프로젝트(2008년) 등 사빅사와 총 7건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전세계 플랜트 업계가 초호황을 맞았던 2005년 다른 플랜트 회사들은 다량의 공사물량을 이유로 납기지연을 요청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만은 오히려 공기를 앞당기는 등 최고의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줬다. 어려울 때 신뢰를 보여준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부터 사빅사로부터 다량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인 특유의 뚝심으로 발주사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연속적으로 내고 있는 점이 중동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수년간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단순한 사업파트너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력이 곧 사력(社力) 삼성엔지니어링의 또 다른 강점은 경쟁사 대비 풍부한 인적 자원이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2005년 이후 매년 500명 이상의 신규인력을 채용했다. 경쟁사들의 채용규모의 2배가 넘는 숫자다. 이에 따라 2006년 2,300명이었던 임직원은 지난해 4,100명으로 늘어나 2년 만에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중 설계를 담당하는 인력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43%나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 인력도 18%나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신규인력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집행하고 있다. 대학 학점취득 방식의 '셀프DP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현장 엔지니어로 투입하기 위해 6개월~1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경자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채용한 신규인력이 올해부터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동 등에서 발주물량이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풍부한 인적자원이 강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다변화 통한 안정적 포트폴리오 삼성엔지니어링은 대부분 국내 플랜트 업계의 중동 지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과 달리 북아프리카ㆍ인도ㆍ중남미 등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동 플랜트 시장 비중을 줄여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는 사우디 지역에서 발주가 거의 없었던 지난해 인도ㆍ멕시코ㆍ바레인 등 다양한 지역에서 플랜트를 수주해 위기를 넘겼다. 수주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인도 지역에 설계인력 300명을 파견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 및 경쟁력 강화에 꾸준히 투자한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알제리에서 26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를 수주한 것도 공략지역 다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전세계 권역을 5곳으로 나눠 현지 사정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한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