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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가 국내 면세점 업계 1·2위 사업자인 롯데쇼핑과 호텔신라가 빠진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에서 최종 운영자로 결정됐다.
한화그룹이 면세점 사업에 새롭게 뛰어들게 되면서 국내 면세점시장은 롯데·신라 등 선두주자를 후발주자인 신세계·한화 등이 뒤쫓게 돼 유통 대기업의 각축장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입찰을 시행한 결과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인 한화타임월드는 유효 입찰업체 5곳 중 가장 높은 241억5,000만원을 적어내 사업자로 선정, 향후 5년간 면세점을 운영하게 됐다. 이번 낙찰가는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의 5년 전 낙찰가 100억원보다 2.4배 높은 수준으로 제주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음을 보여줬다.
갤러리아백화점이 면세점 사업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백화점 영업을 통해 쌓아온 상품매입 노하우와 수입 브랜드와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면세점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갤러리아의 한 관계자는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신규 사업의 하나로 적극 검토해왔다"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면세점 사업이라는 중장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이 409㎡ 규모로 작은 편이지만 제주도를 찾는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데다 국내 휴양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지난해 6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등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화그룹이 제주도에 리조트와 아쿠아플라넷 등의 레저시설을 갖고 있는 만큼 갤러리아의 명품 마케팅 콘텐츠와 제주도 관광특구를 연계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김민정 갤러리아 전략실 상무는 "갤러리아의 외국인 마케팅 노하우의 접목,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연계해 제주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등 다각적인 운영안을 면밀히 마련할 것"이라며 "작지만 강한 면세점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찰 전부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높은 관심을 보여 낙찰가가 높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갤러리아가 굉장히 높게 써냈다"며 "그만큼 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 진출 의지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주 면세점 입찰에는 면세점 사업을 갓 시작한 신세계를 비롯해 하나투어·동화면세점 등이 참여했으며 막판에 입찰은 포기했지만 현대백화점도 사업자 선정 관련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대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양대 면세점 대기업인 롯데와 신라 면세점이 고공성장을 거듭하면서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잇따른 진출은 국내 면세점 업계에 있어 긍정적이지만 이번 제주공항 입찰에서 임대료가 기존보다 2배 넘게 오르면서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대기업의 면세점시장 진출이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져야지 임대료 상승 등 출혈경쟁만 유발한다면 앞으로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1·2위 업체인 롯데와 신라 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중소·중견 기업에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운영업체로 대기업인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됨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의 면세점 사업을 법으로 제한하는 관세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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