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백대마는 살았다. 좌변의 우군과 멋지게 연락이 되었다. 그러나 그 보상으로 흑에게 55를 허용해야 했다. 이것으로 형세는 다시 팽팽하다. 남은 변수는 우변 77의 자리, 패의 결과인데 박영훈은 그곳을 내버려둔 채로 반상최대의 끝내기인 63부터 두었다. 구리는 다음으로 큰 곳인 우상귀 76을 차지한다. 그리고 드디어 77, 79로 패싸움이 벌어졌다. “팻감은 흑이 모자라지 않을까.” 루이9단이 말하자 서봉수9단은 고개를 갸웃. “그렇지도 않아.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백은 아무리 작은 팻감이라도 다 받아주어야 하거든.” 흑103에 백이 104로 받아주지 않으면 백이 진다. 이 팻감이 통용되자 패는 백이 이길 수 없게 되었다. 구리는 106이라는 작은 팻감을 썼고 박영훈은 107로 패를 해소했다. 그렇다면 바둑은 흑승일까. “기가막힐 노릇이군. 여전히 반집승부야.” 서봉수가 탄식조로 말했다. 끝내기 과정에서 구리의 실수가 있었다. 어느 수순에선가 손을 돌려 121의 자리에 둘 찬스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그곳을 박영훈에게 빼앗겼고 그것으로 흑승이 분명해지고 말았다. 그곳을 역으로 당한 것이 백의 패인이 확실하다. 그러나 서봉수9단은 백의 패착은 훨씬 이전인 중반에 나왔다고 정리했고 검토실에 있던 루이, 윤성현, 박지은은 모두 그것을 수긍했다. 참고도의 백4가 그것. 구리는 전혀 불필요한 수 하나를 두었던 것이다.(82,88,94,102…79의 위. 85,91,99,105…79. 108…101의 왼쪽) 221수이하줄임 흑3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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