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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원통한 조선의 슬픈 이야기들

■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비극 애사<br>이수광 지음, 글항아리 펴냄


엄격한 유교문화가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점잖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사내대장부와 여염집 아녀자가 희로애락(喜怒哀樂), 오욕칠정(五欲七情)을 남들 앞에 내보이는 게 좋게 받아지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조선시대 사람들은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사람의 감정이야 타고난 본성인 것을 감춘다고 감춰질 리 있었으랴. 사대부 양반들의 경우 임금에 대한 충절과 애국을 노래하며 복받치는 슬픔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서민을 울린 것은 부부 간의 사랑,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 등 좀더 인간적인 것들이 주류를 이뤘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등의 시리즈로 유명한 소설가 이수광이 이번에는 조선조의 비극(悲劇)과 애사(哀事)를 통해 옛 사람들의 슬픔을 재조명한다. 저자는 서간이나 율시ㆍ제문 등 조선시대 문헌을 조사해 글쓴이의 내면에 담긴 애절한 감정들을 소개한다. ‘홍길동전’의 허균이 요절한 아내를 생각하며 지은 행장(行狀ㆍ죽은 이의 행적을 적은 글)에는 부인을 그리는 정서가 배어난다. “아 슬프도다! 그대와 같은 맑은 숙행으로, 중년도 살지 못하였는데 뒤를 이을 아들도 없으니, 진실로 천도(天道)를 믿기 어렵도다.” 18세기 시인 이옥의 ‘심생전(沈生傳)’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한 중인(中人)의 딸이 죽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에게 보낸 편지는 더욱 절절하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간장이 끊어지는 듯하고 뼈마저 녹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여리디 여린 풀잎이 바람에 나부끼고 연약한 꽃이 한 줌의 흙이 된다고 해도 가슴 저린 이 그리움은 어느 때나 멎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아아 너무나 원통합니다.” 저자는 “기이하게 물질문명이 발달해 풍요로워질수록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다”며 “신간에는 즐거운 이야기보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주로 담았는데 비극을 통해 500년 조선역사를 통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문장에 못지 않게 겸재 정선의 ‘인곡유거도’ 김홍도의 ‘노송도’ ‘연꽃과 잠자리’ 등 화보도 함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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