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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자금부 양대 산맥 구축…한국 싱크탱크의 산실

[한국의 新人脈] <3부> 관료사회를 파헤친다 5. '경제 디자이너' 한국은행<br>조사-이성태·정규영 등 대표적<br>자금-이경재·박철 등 인맥 화려


초창기 영입파·관료출신 파벌서 공채출신 늘어나며 색깔 옅어져
2000년 전후 외부행렬 이어져 금융硏·KDI·대학등 곳곳 포진


한국은행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피(금융)와 뼈대(거시경제)의 큰그림을 그리는 집합소다. 그들의 두뇌는 국내 어떤 집단보다 출중하고 거시를 보는 안목만 놓고 본다면 관료보다도 나을 때가 많다. 한은을 '한국경제의 디자이너'라고 불려도 무방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초창기 시절 한은은 공채 출신의 정통파와 외부에서 수혈된 영입파, 관료 출신 등 여러 파벌이 존재했다. 하지만 갈수록 한은 공채 출신으로 인력이 채워지면서 파벌의 색깔은 옅어졌다.

대신 한은 내부에서 조사부와 자금부 등 양대 라인이 형성됐다. 지난 1990년대 말 자금부가 없어지고 정책기획국과 금융시장국이 신설돼 양대 인맥의 모습이 많이 희석됐다지만 '두 산맥' 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인맥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조사-자금부, 한은 전통적인 핵심 라인=조사부ㆍ자금부라는 명칭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은 고위임원들을 중심으로 인맥이 나눠져 있다.

먼저 한은 조사국은 핵심 브레인이자 승진 코스다.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구조사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을 뽑아 구성한다. 한은 내에서도 누구나 선망하는 부서다. 그러다 보니 조사부 출신으로서의 자부심과 끈끈한 동지애가 서로를 묶어주는 끈이 된다.

조사부 출신의 대표적 인물은 이성태 전 총재다. 이후 정규영 전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이 조사국장 출신이고 이주열 현 부총재가 조사국 수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사와 국제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인 김재천 부총재보 역시 조사국장 출신이다.

자금부는 정책기획국ㆍ금융시장국 등으로 업무가 분화되기는 했으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자금부 출신 인물로는 이경재 현 KB금융그룹 이사회 의장과 리딩투자증권 회장인 박철 전 부총재를 꼽을 수 있다. 이 의장의 경우 이정재 전 금융감독원장,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병재 우리파이낸셜 사장 등 '똑똑한 4형제'의 맏형이기도 하다. 이 전 원장 역시 초창기 한은에서 출발했다.

현재 임원 중에서는 장병화 부총재보가 자금부 출신이며 이상우 국장과 더불어 발탁 인사로 금융시장국을 맡은 민성기 국장이 자금부 라인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 국제국이 외화자금과 환율정책 집행 등을 담당하면서 인맥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제국 라인의 '맏형'이었던 이광주 전 부총재보는 퇴임 이후 현재 연세대 특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조사ㆍ자금ㆍ국제가 과거부터 내려온 한은 인맥의 줄기였다면 최근에는 총무국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8월 정기인사에서 공석이었던 임원(부총재보) 자리를 박원식 전 총무국장이 꿰찼다. 전임 총무국장이었던 장세근 국장 역시 경쟁자들을 제치고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에 앞서 지난 4월 금융결제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송창헌 전 부총재보도 총무국장 출신으로 총무담당 임원을 거쳤다. 송 원장은 김금래 한나라당 의원의 남편이기도 하다.

반면 학연이나 지연의 영향력은 다른 조직에 비해 약한 편이다. 서울대 출신, 그중에서도 경제학과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연세대ㆍ고려대 출신들이 채우고 있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소수의 대학 출신들만 있기 때문에 이른바 도전세력이 없다고도 볼 수 있다"며 "요컨대 한은 내부에서는 10대1 경쟁이 아니라 1대1 경쟁이 일어나고 있어 생산적인 경쟁이 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의 산실=엘리트 경제학도들이 몰리다 보니 한은 출신의 경제학자들도 국내외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입행 이후 유학을 다녀와 대개 30대 중후반을 전후해 외부 연구 조직 및 대학으로 진출했다. 은행감독원이 분리되던 2000년을 전후해 다수가 한은 둥지를 떠났으며 이후에도 외부행은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인력이 자리한 곳은 금융연구원이다. 박재하 전 부원장, 장민 거시경제실장, 이병윤 연구위원, 이윤석 박사가 한은 출신 연구원들이며 지난해에도 박성욱ㆍ임형석 박사가 합류하는 등 현재 9명의 한은 출신 인력이 재직해 있다.

KDI 역시 한은과의 연이 끈끈하다. KDI의 김현욱 박사를 비롯해 전홍택 박사 등이 한은 출신이다. 또 KDI국제대학원의 손욱ㆍ이진수 교수도 한은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조세연구원의 박형수 박사도 한은맨 출신이다.

한은 출신 경제학자들은 각 대학으로도 뻗어나가 있다. 최용석 경희대 교수, 송준혁 외대 교수, 하준경 한양대 교수, 강경훈 동국대 교수, 한재준 인하대 교수 등이 그들이다.

이외에도 IMF와 월드뱅크에도 전직 한은맨들이 포진해 있다.

한은 출신의 한 연구소 위원은 "한은의 관료적인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기 위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한은 출신들이 각지에 뻗어나가 활발한 연구를 펼치는 것은 한은에 큰 우군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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