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과 호흡맞춰 실익 챙기기 한국, 핑계대며 기업요구 무시일쑤쟁점중 美 요구가 우리보다 2배나 많아■ 한미FTA 협상 종료 눈앞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UPSㆍ페덱스 등의 국내 실정법 위반상황을 풀어주려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미측 협상단의 파상공세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 거대기업들의 요구가 워낙 강경하고 로비력도 엄청나 미 협상단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으며 우리측 협상단을 압박하면서 실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와 기업의 절묘한 호흡 맞추기와 차원 높은 협상력을 접한 우리 협상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미측이) 너무 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 파상공세로 실익을 챙긴다=미국 협상의 특징은 분명한 자국 이익을 상정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꿰뚫어 이를 집요하게 압박하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미국 기업이다. UPSㆍ페덱스 등처럼 이번 FTA 협상에서 실제 실익을 얻거나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국내반발에 표류했던 동의명령제는 지난해 끼워팔기 등으로 300억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미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으며 MS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미 퀄컴사도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존은 SK텔레콤 등을 노려 기간통신사업자 외국인 지분 제한(49%) 완화를, CNN은 국내 케이블방송 시장 석권을 향해 한국어 더빙방송 허용을 각각 미 의회와 정부에 요구, 국내 관련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 자동차 빅3 중 하나인 포드는 한국의 자동차세제 개편, 환경ㆍ안전기준 변경 등이 필요하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고 미 3대 석유기업 중 하나로 한국과 관계가 밀접한 셰브런텍사코는 국내 투자자 보호제도가 강화되지 않으면 각각 한미FTA 체결을 반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되풀이해서 밀리는 한국 협상단=최종협상 쟁점 중 미측의 요구사항은 2대1 정도로 우리보다 2배가량 많다. 미국이 우리보다 개방수준이 높고 상대적으로 선진 경제체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통상협상에 자사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기업의 태도와 이를 반영하는 정부의 태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통상협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정부도 기업의 요구를 각종 이유를 들어 조정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미국의 경우와는 정반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를 비롯한 정부 협상단은 10년 이상 FTA 등 통상협상을 다룬 경험이 많지만 한국 협상단에서는 이런 베테랑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미측은 핵심쟁점은 끝까지 자신의 카드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해결 가능한 것은 단숨에 들어주며 협상에 능소능대하다"면서 "솔직히 협상을 너무 잘한다"고 인정했다. 입력시간 : 2007/03/29 17:55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