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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접촉 줄이고 산책·수면… 일상으로의 복귀 노력을

세월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하려면

극심한 우울증·불안·불면… 국민도 간접적 외상 시달려

초기에 치료하면 효과 커 약물처방·심리상담 받도록

어린이·청소년·노약자는 사고관련방송 시청 최소화

한 남성이 정신과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직접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들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울·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서울경제DB


직장인 김인식(41·가명)씨는 요즘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혹여나 생존자가 있을까' 해서 하루 종일 뉴스를 보고 있는데 안타깝게 사망자만 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맛도 없고 약간 멍한 상태로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며 "주변에서는 병원을 가보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 국민이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겨 있다. 실종자 가족이나 유족뿐 아니라 구조된 학생들도 우울증과 수면장애 등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구조에 참가한 수색대원과 TV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하고 있는 국민들도 간접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충격적인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불안증세가 심해지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나타난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번의 사고로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동안 고통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 세월호 사고 여파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심리치료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으로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주로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겪었던 충격과 공포로 전쟁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공포상황 속에서 살며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진단이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자연재해나 교통사고·테러·강도 등 각종 사건이나 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과 인종·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환으로 사고를 경험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본 경우에도 올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초기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시작된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경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특별히 정신력이 약하거나 심약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하게 겪을 수 있는 반응인데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단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크게 재경험과 회피반응·각성상태 등의 3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재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끼게 되고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의 주 증상인 회피반응은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이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반응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적인 단서들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아예 외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외면하고 사는 것처럼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간혹 아예 사고의 일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과도한 각성상태도 있을 수 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진정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신경이 너무 놀라 있으며 외부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유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므로 증상이 가벼운 경우는 발병 초기에 적절한 약물 및 단기 정신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주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과 우울에 따른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프라조신이라는 약물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치료는 주로 인지치료·행동치료 또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사용한다. 인지치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치료법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다.

행동치료는 학습이론에 근거,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해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치료법으로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들은 줄이며 부족한 행동을 가르쳐서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족이나 친구들의 지지와 함께 사고를 같이 경험한 사람들과 함께 집단치료를 하면서 서로 지지를 주고받는 것이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 세월호 사고를 겪은 생존 학생들도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집단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를 직접 겪지 않은 일반인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아이나 노약자, 평소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사고소식을 전하는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지나친 미디어 접촉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산책을 자주하는 등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한 관계자는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에 취약한 일반 시민이 재난 관련 방송에 지나치게 노출돼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관련 뉴스를 보며 지나친 불안과 우울을 느낄 경우 시청을 중단해야 하며 가족과 친지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청소년들의 시청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sed.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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