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화가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을 때 재계에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몇 개월 만에 너무 급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들려왔다.
반면 당사자들은 한화 임직원들은 외부의 우려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과거에도 이미 수 차례나 이 같은 '속전속결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단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과 금융 사업이다. 한화는 지난 2010년 8월 태양광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전세계 4위의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중국 솔라펀 파워홀딩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4,300억원으로, 당시까지 진행된 우리나라의 중국 기업 대상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의 솔라펀 인수는 양사의 '정식 상견례' 후 3개월 만에 계약 체결이 끝났을 정도로 신속히 이뤄졌다.
이후 5년이 지난 올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화가 지난 2012년 독일에서 인수한 한화큐셀과 또 다른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은 지난 4일 통합 법인 '한화큐셀'로 출범하면서 셀 생산량 기준(지난해 3.28GW)으로 전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됐다. 한화 측은 "이번 합병으로 연간 약 118억원 규모의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유럽·미국 등에서 인지도가 높은 큐셀의 브랜드를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사진) 한화큐셀 영업실장(상무)의 공이 컸다.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태양광 분야에 뛰어든 그는 2013년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부임, 당시 적자 상태였던 한화큐셀이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김 상무는 이후 한화솔라원·큐셀의 통합 과정을 이끄는 등 그룹의 미래 사업 육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실 M&A에 대한 한화의 확신에 가까운 경영 행위는 지난 2002년 인수한 한화생명(구 대한생명)의 성공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당시 대한생명의 누적 손실은 2조3,000억원에 달했지만, 한화는 2008년께 이를 완전히 해소하고 연 5,000억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우량기업으로 키웠다.
현재 한화생명은 매출·수입보험료·총자산 등을 기준으로 국내 보험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50%에 달한다. 한화생명은 올해 자산 10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9월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김연배 부회장을 임명하면서 한화생명의 중량감을 더욱 키운 바 있다. 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IMF 직후의 그룹 쇄신 작업을 지휘했던 '혁신 전문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취임 후 현장을 직접 챙기며 고객중심경영과 영업력 강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방안을 조금씩 적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화의 앞날에 밝은 빛만 남아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한화의 태양광과 금융 사업에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한화큐셀의 경우 한화솔라원의 적자를 떠안은 데다, 낮은 유가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경쟁사들이 추격하고 있는 셀·모듈 제조 분야가 아닌 발전소 건설·운영을 통합한 패키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한화생명은 저금리 체제 아래에서 보험업이 갖고 한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대형 보험대리점(GA)을 별도로 만들고 고금리 시절 받은 수신 상품의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저금리 체제가 워낙 장기화하다보니 체력이 한계가 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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