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7월의 어느 이른 아침이었다. 서민금융 창구에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옷을 말리며 기다리고 계셨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저리의 은행 대출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빗속을 달려오셨단다. 요양원 청소일로 생활비를 벌다 건강이 나빠져 대학생 딸의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높은 금리 때문에 빚 갚기가 버거워 졸업도 안 한 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들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대출)의 선구자로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는 '금융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동등한 권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돈 없고 담보 없는 서민은 은행 문턱이 만리장성만큼 높은 게 현실이다. 최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서민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커져 서민의 금융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가 점점 요원해지고 있다. 카드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심화된 저신용ㆍ서민층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08년 서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신용회복기금'을 설립, 제도 금융권의 수혜에서 배제된 금융 소외계층에게 신용회복부터 일자리 지원에 이르는 종합 자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폭우를 뚫고 온 아주머니께 도움을 드린 '바꿔드림론(옛 전환대출)'은 신용이 낮은 사람의 고금리 대출을 은행의 저리 대출로 바꿔주는 제도로 공사는 7월 말까지 5만4,000여명의 서민들에게 약 6,044억원의 금리부담을 줄여줬다. 특히 최근 16개 시중은행으로 지원창구를 확대하면서 신청자가 대폭 늘고 있어 가계부문의 '금융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갖는 채무자에겐 저리로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해주고, 채무 불이행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별도의 고용보조금을 지급하는 취업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건강 때문에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모님의 병원비나 동생의 등록금 때문에 생활에 타격을 입어 일상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다시 정상적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재기의 기회가 필요하다.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은 가계 빚이라는 폭우로부터 희망을 지키는 우리 사회의 튼튼한 우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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