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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간의 긴 여정 '뒷얘기'

지난 88년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으로 커다란 부담을 떠안았지만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수있는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을 대내외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고 재판소의 재판관 앞에서 벌어진 불꽃튀는 법정 공방 과정에서 거물급 초호화 대리인단간 기묘한 인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색깔론이나 부적절한 발언으로 법정 분위기가 다소 흐려지기도 했다. ▲ 기묘한 법정 만남 = 탄핵심판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과거에 인연을 맺은이들이 탄핵심판에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지난 2월 헌재 재판관에서 물러난 하경철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으로서 부산까지 내려가 무료변론을 도왔다가 이번 대리인단에 합류, 탄핵소추의 부당성을 설파했다. 전효숙 재판관은 노 대통령 사시 동기이면서도 심판자 역할을 맡았고 동기 중 조대현.이종왕.강보현 변호사는 대통령 대리인단에서 대통령 비호에 나섰으며 정인봉 변호사는 소추위원측에 이름만 올려놓은채 변론 활동은 적극 나서지는 않았다.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나온 안희정씨와 국회 소추위원측 박준선 변호사도 어색한법정 만남을 가졌다. 둘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당초 17대 총선에서 논산.금산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었지만 안씨는 측근비리 혐의가 드러나는 바람에 출마를 포기했고 박 변호사 역시한나라당 공천심사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총선 현장에서 만나야 할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만난 것. ▲ 주목받는 헌법재판소 = 그동안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했던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심판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를 확실히 알렸다는 점은 헌재 입장에서 큰 수확이었다. 반면 조용했던 헌재가 탄핵심리 두달여 동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재판관들에게 여러 불편함이 생긴 것도 사실. 윤영철 헌재소장은 사전에 잡은 기자단 오찬일정이 공교롭게 탄핵소추안 의결일인 3월12일과 일치, 오찬장이 기자회견장처럼 변하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다. 또 윤소장이 취재 경쟁 과열로 출.퇴근시 이리저리 떼밀리고 방송 카메라에 부딪힐 뻔한일까지 당하자 헌재 사무처는 취재협조를 당부, 기자단과 일시 `신사협정'을 맺었다. 아침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출근 신고를 했던 주선회 재판관은 탄핵심리이후 매일같이 기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평소에 헌재 뒤편의 정원을 10여분 동안산책하던 일을 못하게 돼서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윤 소장과 주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의 재판관은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금언처럼 취재진들의 온갖 질문에 철저히 함구로 일관했다. 홍일점인 전효숙 재판관은두달 동안 단 한 번도 답하지 않고 미소로만 질문을 받아넘겼고 다른 재판관들도 `자물통' 입을 과시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권성 재판관은 법정에서 `측근비리' 법원 기록 제출 문제를 둘러싼 말실수한 번 때문에 소추위원측을 편들고 있다는 오해를 샀다. ▲ 색깔론에 `막말'까지 = 이번 탄핵심판은 청와대와 국회간 대결 국면 속에 비롯됐지만 법정에서는 법조계의 양대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의 맞대결 구도로 비춰지기도 했다. 탄핵각하 의견을 수차례 제출했던 민변에서는 외견상 고문인 유현석 변호사가대리인단에 참여한 정도였지만 최병모 회장이나 백승헌 부회장 등이 대리인단 참여를 고민한 끝에 시선을 의식, 측면 지원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헌변에서는 정기승 회장이 꼬박꼬박 법정에 나왔고 헌변의 브레인으로 통하는임광규 변호사는 구두변론 과정에서 강한 톤으로 탄핵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법정공방이 가열되면서 소추위원측에서 잇따라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내 눈살을찌푸리게 했다. 소추위원측 한 변호사는 "노 대통령이 법보다 밥이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이는하부구조를 우선시둔 볼셰비즘의 전형"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제기하더니 임광규 변호사는 노 대통령의 송두율 교수 선처 발언을 "헌법을 파괴한 범죄"라고 몰아붙였다. 한병채 변호사도 지난달 30일 최후변론에서 "왜 변론을 제한하고 그래. 이번 재판은 `망가'(만화의 일본어)가 돼 버렸다"고 흥분했다가 재판부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법절차를 지켜야할 소추위원측이 법을 위반하고 있다. 재판장 지휘를 따를수록손해만 본다"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불만이 쏟아졌다. ▲ 소추위원은 선거운동중 =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측은 각자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공히 적극적으로 취재 협조에 임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 쪽은 대통령 대리인단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 대통령 대리인단은 매일 아침 서초동 사무실에서 문재인 간사대리인 주재로 기자단 브리핑을 가졌으나 소추위원측은 일정은 물론 정해진 방침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공개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해 다른 대리인을 통해서 수차례 같은 내용을 확인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 더욱이 소추위원인 김기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17대 총선운동을 이유로 한동안 소추위원의 역할을 하지 않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고 간사인 김용균 한나라당의원도 경남도지사 경선 출마 문제로 잠시 밖으로 나돌았다. 소추위원측 한 변호사는 이런 분위기 탓인지 "우린 모래알"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 `베일속' 평의 = 헌재가 진행한 심리의 양대축은 대심판정에서 열린 구두변론과 재판관 전체회의인 평의. 이중 구두변론은 공개된 법정에서 대리인단 설전과증인 진술이 이뤄졌지만 평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논의사항은 물론 분위기조차 일체 알려지지 않았다. 헌재는 최종변론이 끝난 후 재판관간 최종 결론을 도출할 즈음에는 평의 일정까지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유지에 들어갔다. 또한 최종변론후 잠정결론 도출을위한 평의 전까지는 재판관들조차 상대방의 입장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재판관끼리도 속내를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재판관은 평의 분위기에 대해 재판관들의 점잖은 토의 수준을 넘어 토론이 격해질 경우 서로의 자존심을 긁는 원색적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격론이 이어진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평의 과정에서는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인 만큼 소수의견을 공개할지 , 취임전 일도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지, 중대한 탄핵의 사유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문제 등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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