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할 법조삼륜 관계

최근 법조계에 주목할 만한 일이 몇가지 있었다. 그 하나는 형사소송 과정에서 피고인을 변론하던 변호인이 법정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재판장으로부터 감치 결정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일이다. 이것은 서로를 한 식구로 여겨온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정말 이례적인 사건인 동시에 사법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상급심의 감치명령 정지결정으로 구치소에서 나온 이 변호사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감치 결정을 내렸던 판사를 직권남용혐의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변호사란 재판권을 쥔 판사에 대해 아무래도 늘 조심스럽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감치 결정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하며 담당 사건의 재판장을 고소한 이 변호사의 행동은 그런 측면에서 한동안 법조계의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검찰 역시 이례적으로 일반검사가 아닌 부장검사에게 이 사건을 배당해 직접 수사하도록 조치했다.

눈길을 끄는 또 한가지 사건은 검찰이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 `예우`를 받아야 할 이른바 `전관`을 두명이나 구속한 일이다. 물론 이전에도 전관 예우를 둘러싼 법조계의 비리에 대해 검찰의 구속수사가 이뤄진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사건이 먼저 언론에 의해 세간에 알려지고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 뒤였다. 이번 사건은 누구보다도 먼저 검찰에 의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들춰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법질서를 지탱하는 세 바퀴라는 의미에서의 법조삼륜으로 불리는 판사ㆍ검사ㆍ변호사는 각각 재판권ㆍ공소권ㆍ변론권이라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권한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직역에 부여된 신성한 권한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미흡한 점도 많지만 법조삼륜은 주어진 권한을 토대로 권위주의적 통치질서 속에서 최소한 국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향상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바도 작지 않다. 이것이 그동안 법조인들의 자부심의 근간이었지만 그 자부심은 지금 도전받고 있다. 특히 최근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 분위기에 부응해 법조계 역시 외부로부터의 적잖은 개혁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법조계는 단합된 모습으로 `스스로에 의한 개혁`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성과는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분위기는 아주 다르다. 판사ㆍ검사ㆍ변호사들이 서로를 한 식구로 인식하기는커녕 한 집단 내부에서조차도 서로간의 견제가 활발하다. 변호사 집단의 예를 보자. 미국에서는 매년 최고의 수입을 올린 변호사 명단을 발표하는데 그 명단 10위 안에 변호사의 부당행위로 손해를 본 의뢰인들의 배상사건을 다루는 전문변호사들이 평균 2~3명씩 포함돼 있다. 변호사 스스로가 일반인들을 대변해서(물론 돈을 받고 하는 일이겠지만) 같은 집단의 부당행위를 견제하는 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법 피해자들은 미국과는 달리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법조인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필수적인 변호인을 구할 수가 없다. 그만큼 법조계에 돈이나 정의의 문제를 떠나서 `식구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해 유ㆍ무형의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인 것이다.

얼마 전 분리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의 썀쌍둥이, 비자니 자매의 죽음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많은 썀쌍둥이들에게 있어 수술을 통해 서로 분리되는 것은 지상에서 갖는 최고의 꿈이겠지만 꿈을 실현하는 데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하다. 비자니 자매는 함께 사는 동안 어느 누구보다도 서로를 사랑하는 `한 몸`이었지만 익숙한 동거보다는 위험하지만 당당한 분리와 독립을 원했다. 분리와 독립, 그리고 그로 인해 형성된 서로간의 `거리`는 두 존재의 가능성을 더 아름답게 꽃피우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조삼륜이 이런저런 끈들로 서로 얽힌 한 식구, 한 몸이었다면 이제 그런 관계는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앞에서 언급한 최근의 몇가지 사건은 법조삼륜의 단단한 카르텔에 균열을 고하는 의미 있는 징후가 아닐까 해석하고 싶다. 이것들이 그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법조삼륜, 서로 떨어져서 그 떨어진 거리만큼 더 아름다운 새로운 관계의 정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민석(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