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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중국 직구 사이트 입점 첫 결실 발판… 여성벤처 글로벌 진출 길 넓힐 것"

국내 우수업체 5곳 선발… 협회 고유 브랜드 달고 中 3위 하이쉔닷컴 입점

파격적 수수료 MOU 체결

벤처 여성CEO 겨우 8%… OECD 국가 중 최하위

기업·협회·경제 '3win' 위해 女기업인 정책적 배려 필요


지난해 12월 말 이영(46·사진)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테르텐 대표)은 협회 임원진과 함께 중국 시장 진출 방안에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당시 수석부회장으로서 해외 시장 개척 방안을 고심했던 이 회장은 임원들과 각자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판로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 3위 해외직접구매사이트 '하이쉔닷컴(www.haixuan.com)'을 운영하는 IZP그룹과 접촉할 수 있었다. 2개월 넘게 자료 제출과 보완, 담당자 미팅 등을 거쳐 13일 IZP그룹의 쉬이엔아오 부총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난 15일 서울 구로동 테르텐 본사에서 만난 그는 회장으로서 첫 결실이 파격적인 조건의 중국 직구 사이트 진출로 기록된 점을 고무적으로 여기며 이를 시작으로 자신의 공약인 '함께 만드는 행복한 성공, 세계로 향하는 여성 벤처'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여벤협과 IZP는 국내 우수 여성벤처기업 5개를 선발해 협회 고유 브랜드인 '코브와(KOVWA)'를 달고 중국 판로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에 선정되는 5개 여성벤처기업은 중국 전역에 무상으로 진출하고 판매 수수료 3~5%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받는다. 이 회장은 "여성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첫 단계로 우수한 여성벤처기업이 중국시장에 '팔 곳'을 마련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여성벤처의 성공이 단순히 한 회사의 성과나 협회 차원의 경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고부가가치화에 보탬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회원사들을 만날 때마다 "본인 사업에도 도움이 되고, 협회에도 좋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3윈(WIN)을 실천하자"고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적·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대학에서 이공계열 여학생이 3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제가 여벤협에 첫 발을 내딛은 2007년에는 여성벤처 수가 501개였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2,393개로 5배나 증가했지요. 그 사이 벤처업계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도 3%에서 8%로 늘었습니다. 그런 단순 증가에 고무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벤처 분야에서 여성 CEO가 8% 뿐이라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해요."

그가 창업한 테르텐 역시 데이터보안전문기업으로, 연 매출 40억원 규모의 기술 기반 벤처 회사다. 국내 몇 안 되는 보안업체 여성대표로서 그 역시 종종 난감한 상황과 마주하고 했다. 그는 여성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선입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대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여성 임원은 한 자리 수에 그치고 있고 여성 창업이나 CEO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지요. 개인 역량으로만 보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데 팀워크로 움직여야 하는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이미 고급 남성 인력은 풀(full)로 썼다"며 "고급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 내수 진작, 경제 활성화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여성기업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평등이라는 것은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내 그것들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불균등한 지원을 투입해 밸런스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모든 것을 매듭짓기 보다는 후임 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는 공존과 지속성의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생각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집권당이 바뀌어도 정책은 살아 남잖아요. 제 임기 동안 시작한 일은 이번에 끝내기 보다는 차기, 혹은 차차기에서 결실을 맺고 지속될 수 있도록 회원사들과 함께 손 잡고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는 협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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