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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할인점 '영토확장'의 그늘

부산 사상구 엄궁동 롯데마트 신축공사장 앞에서 4일 열린 롯데마트 건립 반대 집회에서 청과물시장 도매상 이모(65)씨가 분신을 기도하면서 대형할인점들의 지방 점포 확장에 따른 `그늘'이 새해 벽두부터 유통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방 재래시장 등 중소 상인들의 상권 침탈 우려 등으로 할인점 업체와 이들 사이의 갈등이 번져오다가 급기야 이날 전례없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온몸에 시너를 붓고 불을 붙여 2∼3도의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 장사가 잘 안돼 생계가 어려워 질 것을 우려해 분신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롯데마트는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5일 "사람이 다친 일이니 만큼 일단은 피해가 크지 않기만을 바라는 심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부산에는 이미 할인점이 20개 넘게 들어서있는데 새삼스레 이런 거부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롯데마트는 지역 상인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할인점이 생기면 물건을 싸게살 수 있는 소비자들의 입장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을 짚으면서 할인점 진출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중재역'을 맡아줄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할인점의 지방 점포 확장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아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 강원 태백 `탄광촌'에 점포를 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다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뚜렷한 진전없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검토만 하고있는 상황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춘천점을 열면서도 교통난 해결 등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에 떼밀려 인근 도로 직선화 등의 조건을 만족시킨 뒤에야 계획 보다 3개월 가량 늦은 11월께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비근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 한국까르푸는 지금까지도 지난해 문을 연`전주점 이슈'로 지역 언론의 뭇매를 자주 맞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열자마자 교통난 유발로 심각한 비판여론에 직면했다가 그것이한풀 꺾이자마자 연말부터는 애초 약속과 달리 지역 농산물 판매를 외면하고 있다는질타를 받고 있다. 여타 할인점들이 대체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요구에 맞춰 지역업체들의 제조,생산 물품 판매를 확대하는 흐름에 역류하는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중소 상인뿐 아니라 할인점 지방 입성에 따른 교통난 등 여러 부정적 파장을 우려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마트,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할인점 업체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래시장 등 바닥 여론을 중시하는 지자체들이 할인점 대(對) 지역 중소 상인.시민단체 대립 구도에서 종래에 비해 더욱 어정쩡한 태도를 나타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50개 안팎의 점포 확장을 계획중인 할인점 업체들로서는 저렴한 값의 상품 선택 폭 확대를 앞세우되 사회공헌 강화와 경제 활성화 지원 확대, 경쟁 상권 조절 등으로 우호적인 여론 만들기에 각별히 진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마트 강변점이 테크노마트 등 지역 상권을 고려, 가전제품을 매장에 들이지않는 상생 전략을 추구하고 대다수 할인점 업체들이 지역 불우이웃 돕기, 지역 문화이벤트 등 다양한 대응 카드를 앞다퉈 선보이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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