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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월 27일] 핵으로부터 분화되는 교육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나 지금 우리 딸이 다닐 때나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조차 교육이 모든 학문과 교양의 공통된 핵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전문(專門) 학문을 그저 쉬운 말로 풀어쓴, 서로 소통하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과목들을 가르치는 것 같다. 아이를 미국 초등학교 1학년에 넣고 지켜보면서 나는 미국 초등학교의 기본교육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과목 간에 일맥상통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1학년 2학기가 되자 애들은 누에고치가 나방이 되는 과정을 배운다고 한껏 들떴다. 과학시간에는 누에나방의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를 키우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주말 벌레 당번을 자원한 아이들이 애벌레를 집에 갖고 가 돌봤다. 그 학교에는 뽕나무가 딱 한 그루 있었는데 바로 이 과학 수업을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점심시간과 간식시간에 벌레에게도 뽕잎을 먹였다. 아이들은 애벌레가 누에고치가 되고 나방이 되는 과정을 죽 지켜봤다. 실험을 시작했을 때는 나방 알의 숫자가 많았지만 중간에 죽는 것도 있고 애벌레 상태로 단면을 잘라보기도, 누에 상태로 단면을 잘라보기도 해서 정작 나방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한 반에 두세 마리에 불과했다. 같은 학기, 국어시간에는 픽션과 논픽션에 대해 배우고 논픽션으로 영어사전과 누에나방 관찰 그림일지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변이' '실크실이 나오는 구멍' '누에고치' '번데기' 같은 어휘를 배웠고 그 뜻은 자기 수준의 어휘를 써 그림과 함께 그림 사전을 만들었다. 누에나방을 키우는 한 학기 동안 숙제는 온통 누에나방이었다. '누에나방에 대해 쓴 동화책이 있으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누에나방과 나비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조사하기' '누에나방이나 나비를 전시한 박물관 견학하기' '집 주변에서 나방이나 나비 수집하기'…. 학문은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해 전문화의 가지를 치다가 결국 서로 통섭(統攝)의 이치에 따라 종횡으로 엮여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 교육이 반성 없는 답습, 과목 이기주의로 자칫 서로 통하지 못하게 막는 평행선 교육은 아닌지, 그래서 21세기에 필요한 창조를 위한 다면적 소통을 단절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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