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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4월 11일] 얼음위에 핀 무궁화

오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의 폭압에 시달렸던 지난 1936년 10월, 서울의 한복판 종로 명월관에서 우리 민족의 자랑이자 희망이었던 한 쌍의 선남선녀가 자리를 같이했다. 그 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 국민적 영웅이 된 손기정과 당시 세계적인 무용가로 발돋움하고 있던 최승희가 바로 그들이다. 민족지도자들이 마련한 손 선수의 마라톤 제패 축하 자리에 도쿄에서 해외공연을 위한 신작발표회를 끝내고 경성에 와 있던 최승희가 함께했다. 이들의 짧은 만남은 잡지를 통해 알려졌고 세간에 바로 퍼져 스캔들이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당시 얼마나 많은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자 두 젊은이가 빚어낸 희망으로 일제 치하의 고난을 이겨내고픈 우리 민족의 의지가 담긴 사건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이겨낸 승리 세월이 흐른 지금 손기정과 최승희의 자리를 박태환과 김연아가 대신하고 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세계적 대회에서 경쟁자들과 자웅을 겨뤄 당당히 우승한 두 선수. 더욱이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은 평소 무관심 속에 묻혀 있던 비인기 종목이라서 이들의 우승은 더욱 값지다. 대중 연예인과 유명 스포츠 선수는 모두 ‘스타’라고 불린다. 특히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스포츠 스타의 출현은 더욱 빛을 발한다. 11년 전 박세리 선수가 LPGA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첫 우승하면서 IMF로 고통 받던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찬호 선수 또한 그랬다. 무궁화처럼 시련 극복하자 최근 우리나라는 몇 년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기 위축 여파는 국내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태환ㆍ김연아 선수의 승전보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단비 같은 희망이었고 격려와 용기를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단연 돋보이는 스포츠 스타는 ‘요정’에서 ‘여왕’으로 우뚝 선 19살 소녀 김연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그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애정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녀가 가는 곳에는 취재진이 몰리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바로 유행이 되고 있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의 인지도도 높아져 관련 기업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스포츠 스타들이 국민적 영웅이 되는 것은 국가 간 대회에서 단순한 승리자의 모습만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의 결실을 맺은 선수들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는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본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도 함께 울었다. 그 눈물은 경기에서의 화려한 날갯짓을 위해 그녀가 얼음판 위에서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좌절하고 슬퍼했을지를 우리도 이미 미뤄 알고 있었기에 함께 흘린 감격의 눈물이었다. 김연아는 얼음 위에 핀 꽃이다.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피고 지고 다시 피기를 거듭하며 매일같이 새로운 꽃을 피우는 무궁화다. 고난과 좌절을 이겨내고 일어서는 사람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무궁화가 꼭 닮았다. 90년 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일신 영달을 내던지고 목숨마저 아끼지 않았던 우리들의 선조, 그리고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했던 스포츠 영웅들은 모두 우리의 희망이며 무궁화였다. 현재의 모습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이겨내자. 우리 모두 무궁화가 되자. 그래야만 어려움이 희망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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