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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대형사는 IB·중소형사 자기 전문영역 특화 필요"<br>자본시장법 무난히 진행…장기전망도 밝아<br>'펀드 쓴맛' 개인들 그래도 간접투자가 정답<br>채권·프리보드 강화위해 제도개선등에 앞장



“자본시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는 엄청난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이니셔티브를 잡거나 특화ㆍ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려 있습니다.” 황건호(사진)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자본시장법의 전도사’로 통한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우리 금융투자업계가 무엇을 얻을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비전과 방법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혁신을 제약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세계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자본시장은 여전히 굳건합니다. 규제완화와 투자자 보호를 양대 축으로 한 자본시장법을 활용할 경우 확실히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고 금융투자협회가 출범한 지도 100일이 지났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 반해 당초 전망과 달리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환율과 주가는 요동을 쳤고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보완이 늦어져 시행을 연기하자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주변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지만 큰 흐름으로 봐서는 지금까지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강화된 투자자 보호 규정이 자본시장을 위축할 것이라는 우려도 사라졌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금융개혁서비스법을 시행한 호주의 경우에도 법이 뿌리를 내리는 데 2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우리도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 투자은행(IB)이라고 대답합니다. 여건이 허락되지도 않는데 너나없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자본시장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선진화된다는 것은 다원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본시장법이 규제완화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모두가 IB를 추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형사들은 IB를 목표로 할 수 있겠지만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전문영역에서 특화돼야 합니다. 자본시장법은 엄청난 기회이기는 하지만 기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릅니다. 앞으로 업체끼리 격차가 생기는데 낙오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레 불평도 나올 것입니다. 이제는 개방이라는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루빨리 경쟁력을 키워 외국회사들과 겨뤄야 합니다.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입고 직접투자로 전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개인들의 직접투자 확대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간접투자로 가는 게 맞다는 생각입니다. 펀드로 손해를 본 개인들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자산운용사들도 어려워하는 형편입니다. 개인이 나서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펀드만 큰 손실을 본 게 아닙니다. 자산버블이 꺼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증시ㆍ부동산 등의 분야에서 큰 손실이 났습니다. 물론 운용사나 펀드매니저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대해 또 하나의 규제기관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회원사들은 협회가 이익단체로서 업계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데요. ▲ 일부에서 오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협회의 규제는 정부가 하는 공적 규제가 아니고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적 합의에 바탕을 둔 자율 규제입니다. 법 시행과 함께 투자준칙 등 투자자 보호 제도 강화에 대해 불평이 있지만 이는 이미 시행됐어야 합니다.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자본시장법의 허용규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신규업무 허가를 미루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모든 분야에서 정책추진의 완급 조절이 이뤄지는데 금융투자 분야만 법대로 하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도록 하겠지만 업계에서도 기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격증 제도의 경우 시험보다는 보수교육 강화 쪽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협회는 회원의 이익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원서비스와 자율규제는 상호보완 관계입니다. -인센티브 제도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도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봐야 합니까. ▲ 금융투자사의 인센티브 제도에 대해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지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지금은 대상이 개인 위주입니다. 팀 및 개인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인센티브를 줄 때는 벌어들인 수익뿐 아니라 그 수익에 내포된 리스크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개별 회원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로 협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예전 외환위기 때와 달리 현재의 기업구조조정은 사전적ㆍ예방적인 면이 중요해졌습니다.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자본시장의 기업구조조정투자기구에 의한 자율적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자닌 투자 활성화 유도 및 PEF 규제개선을 정부에 건의했고 회원사들의 의견도 모으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채권 및 프리보드 시장 운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활성화 방안을 생각 중이신지요. ▲ 채권시장은 안정적인 장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식시장과 함께 유가증권시장의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소와 유사한 시설을 개설하는 게 금지된데다 장외시장에서 상대매매 방식만을 허용하는 규정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채권 전자거래시스템 도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채권거래를 사설 메신저 등에 의존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채권 장외전자거래시스템(ATS)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채권의 장내외 시장 간 경쟁촉진 및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장외주식시장인 프리보드의 역할도 강화해야 합니다. 경쟁매매제 도입, 프리보드 지정기업의 코스닥 상장시 우대혜택 확대, 양도소득세 비과세 범위 확대 및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제도개선을 건의한 상태입니다. -이머징마켓지원센터를 만드는 등 회원사들의 해외사업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십니다. ▲ 금융위기로 영미 중심의 글로벌 금융체제가 일정 부분 무너졌습니다. 우리가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 지역에서, 즉 동남아시아 시장 정도에서는 중심국가가 될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국제적으로도 역할이 강화될 겁니다. 대만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는 우리 자본시장법을 모델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ㆍ자산운용ㆍ선물 협회 등 3곳이 합쳐진 것입니다. 화학적 결합에는 문제가 없는지요. ▲ 임직원의 출신이나 지연이나 학연 등은 문제 삼지 않습니다. 능력이 있고 열심히 하는 경우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할 뿐입니다. 저부터 조금 손해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가 뚜렷하고 의도가 순수하면 어떤 사람이나 조직이라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근 선발한 혁신리더들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리에서 과장 등 중간급 사원들을 선발, 미래의 경영자 자질을 함양하게 하고 전사적 고객만족(CS) 운동과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에 이바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황회장은?
수익성 다변화 새업무 개발 등 도전정신 강해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부지런하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강한 추진력도 있다. 올 초 증권 및 자산운용, 선물협회 등을 통합한 금투협 회장 선출 때 별다른 이의 없이 거의 만장일치로 회원사들의 찬성을 얻은 것에서 보듯 남들도 이런 사실을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황 회장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크게 부각되는 이미지는 도전정신이다. 그는 지난 1984년 대우증권 미국 뉴욕사무소장으로 있을 때 최초의 외국인 전용 투자펀드인 '코리아펀드'를 뉴욕증시에 상장시켰다. 대부분이 국내시장에서 안주할 때 그는 세계를 봤고 외국인들에게 우리 증시를 인식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1992년 증권사들의 투자신탁업 진출을 앞장서서 주도한 것이라든지 2001년 메리츠증권 사장으로 재임할 때 업계 최초로 부동산리츠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업무 개발과 수익성 다변화에 노력했다. 기존 방식을 묵수해서는 업계는 물론 자본시장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자본시장법을 큰 기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법 시행으로 또 다른 새로운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1951년 강원도 평창 태생으로 서울 용산중ㆍ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럿거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1976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과 인연을 맺었으며 대우증권에서 최연소 임원을 지냈고 영업총괄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이후 1999년 메리츠증권 사장을 거쳐 2004년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증협 회장 선출방식으로 처음 도입된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2월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출범한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선출됐을 때도 당연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업협회 회장으로 있던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을 비롯, 2005년 설립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의장직을 겸임하면서 장기ㆍ간접투자 캠페인 등 선진 투자문화 정착에도 노력해오고 있다.

황건호 회장 약력
▲1951년 강원도 평창 ▲ 용산고 졸업 ▲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6년 대우증권 입사 ▲1984년 대우증권 뉴욕사무소장 겸 코리아펀드 부사장 ▲1989년 미국 럿거스(Rutgers)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98년 대우증권 부사장 ▲1999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3년 이화여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2004년 한국증권업협회 회장 ▲2009년 2월~현재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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