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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침체 빠지나
입력2002-09-22 00:00:00
수정
2002.09.22 00:00:00
◆ 폴 새뮤얼슨 지금부터 6개월 전만 해도 미국에 대한 경제전망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지난 2001년 미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었지만 짧고 얕은 '벨벳' 침체라 불릴 수 있을 만한 것이었다. 특히 2002년이 시작되며 경제는 회복기에 들어선 듯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희망이 커져갔고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미국경제에 역동의 신호가 보임에 따라 해외에서의 우려도 줄어들었다. 세계 전체 구도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여타 국가의 수입품에 대한 시장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한국인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월가의 투자자들은 주가의 거품이 모두 빠졌다는 기대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어쩌면 저가매수의 좋은 기회가 돌아온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6개월 전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기업들의 정리해고는 지속됐고 기업들이 발표한 이익도 기껏해야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탐욕스러운 최고경영자(CEO)는 감옥으로 보내겠다고 위협하며 투명하고 정직한 회계를 강제한 후에는 특히 그랬다. 수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보고했다. 두자릿수의 연간 이익증가율을 보고한 기업은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는 더블딥(W자형 침체)의 새로운 침체로 회귀할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일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기는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다.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대한 테러공격의 1주기가 다가오자 공공의 불안감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항공여행은 9ㆍ11 테러로 인한 감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고 몇몇 주요 항공사는 도산위험에 직면한 듯이 보인다. 도요타ㆍ포드ㆍ제너럴모터스(GM) 등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놀랄 만큼 강한 소비자 구매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주택시장의 거품이 엄청난 지속력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미 경제는 분명히 더 약화됐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5%로 떨어져 있는 금리를 높이는 데 다시 주저하게 된 것이며 부시 행정부의 국방 부문과 비국방 부문에서의 정부지출 증가가 공공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재정적자는 현대의 혼합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매주 발표되는 미 경제 관련 통계들이 일률적으로 긍정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일률적으로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대신 이 수치들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섞여 있다. 흑색도 백색도 아닌 회색인 것이다. 불행히도 유럽의 거시경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린다.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회복기미를 더 강화할 미국 이외의 '기관차'를 발견할 수 없다. 분명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그런 것을 찾을 수 없다. 이상의 증거들을 바탕으로 한 나의 예측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2~2003년 미 경제가 더블딥에 빠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30%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추정이다. 둘째, 미 경제가 중폭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50%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이 4%를 넘는 회복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낮은 2~3% 정도의 성장률을 일컫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강한 회복세를 보일 확률은 6분의1이 된다. 이 가능성이야말로 상심한 월가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나의 전망치를 이들이 좋아할 리 없다. 확률용어를 사용하는 점을 두고 현대 경제학이 이제 정확성을 갖춘 과학이 됐다고 내가 믿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확률용어를 쓰는 것은 반대로 경제학과 여타 사회과학에 내재해 있는 없앨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97년 타이의 금융위기 이후 이웃 한국과 다른 지역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성급한 단기차입이 이 국가들을 유동성 위기로 빠뜨렸다. 그러나 위기가 완화된 후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 여부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환태평양 국가들은 이전의 고성장 패턴을 사실상 되찾았다. 이들 국가와 비교할 ?미국은 더 오래되고 성숙한 사회다. 25~35세 나이의 활력에 찬 젊은이들은 50세 넘은 중년에 비해 질병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 아마도 인간과 그들의 애완동물에 적용되는 이러한 규칙이 인간사회에도 적용될 듯싶다. 내가 한국인들에게 건배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젊은 활력을 즐기십시오. 그리고 활력을 증진시키고 또 지키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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