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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화교는 영원한 이방인"

소설가 정이현 인터넷 연재소설 '너는 모른다' 단행본 출간


"우리 사회는 제도권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으로 나뉘죠. 독신자ㆍ무자녀가정ㆍ다문화가정 등 제도권 밖에 있는 사람이 더 많지만 사회의 시선이 제도권 안에 고정됐기 때문에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드라마와 뮤지컬로 제작돼 인기를 끈 '달콤한 나의 도시'의 원작자 정이현(36)씨는 신작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문학동네 펴냄)'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은 잊어버린 채 현실과 쉽게 타협해버리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화교 여성과 재혼한 한 남자, 그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중국 무역을 하는 김상호와 한국인으로 살고 싶어 하는 화교 출신의 아내 진옥영,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유지, 그리고 전처 소생의 딸과 아들 등 이들의 가장자리에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칠 수는 있지만 관계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화교는 영원히 한국의 제도권 안에 진입할 수 없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로 소설에서 소수자를 대변한다"며 "아이가 태어나면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지만 현실은 중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이라는 사실은 제일교포ㆍ재미교포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호의 직업은 장기 밀매 브로커다. 한국에서 의뢰가 있을 때마다 '신선한(?)' 장기를 중국에서 공수해 넘기는 일이다. 처음에는 다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그는 한 생명을 살린다며 스스로를 달랜다. 어느 날 차분한 딸 유지가 사라진다. 김상호는 경찰에 신고하려는 아내를 말리며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그의 직업이 떳떳하지 못한 탓이다. 사건은 은밀하게 전개된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구할 수 있는 심장을, 그것도 간난아이의 심장 10개 이상을 2주 안에 구해야 하는 일로 골머리를 싸매던 김상호는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저자는 "너는 모른다에서 빠진 목적어는 바로 '나'"라면서 "한 가족이라도 서로 굳게 마음을 닫고 있지만 어느 날 폭탄이 떨어진다면 마음이 밖을 향하게 되는 미묘하고 작은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하는 일(직업)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득이 되기도 하고 피해를 주기도 한다. 장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알선하는 브로커인 김상호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핸드폰과 수첩으로만 큰 돈을 번다"며 "가장의 책임감을 내세우며 사소한 불법은 스스로 합리화해버리기 쉬운데 상호가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호를 통해 독자들에게 '내 아이가 죽어가고 있는데 뇌사자는 많지 않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책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연재했던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출간 한 달 만에 5만부가 팔릴 만큼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작가는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오는 유지를 통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듯하지만 그들은 언제든 뿔뿔이 흩어질 여지가 크다"며 "독자들이 해피엔딩으로 여기는 것은 한 가족이 겪은 사건이 끔찍하고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연대감이 생겼다고 느끼는 것이지만 그건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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