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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시계·리모컨으로 시작한 '방송 판매'… 14조 시장 일구다

■ TV홈쇼핑 20년

HSTV·하이쇼핑 1995년 첫 송출

시계·멀티리모컨 매출 참패 딛고 모바일 등 신시장 개척 '상전벽해'

20년간 6개사 합쳐 4000배 성장

중기 전용 채널 가세 7홈쇼핑 시대 유통산업 핵심 플레이어 자리잡아

지난 2001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과 농수산쇼핑(현 NS홈쇼핑), 현대홈쇼핑 출범으로 국내 홈쇼핑 시장은 5개사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이 중 NS홈쇼핑은 여전히 국내 농수산물의 주요 판로 역할을 하고 있다. NS홈쇼핑의 남성 쇼호스트들이 스튜디오에서 국산 수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NS홈쇼핑

홈쇼핑 업계는 현재 TV에서 벗어나 인터넷, 모바일, 데이터 방송 등으로 영업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롯데홈쇼핑 모델이 지난 3월 공식 운영을 시작한 데이터홈쇼핑 채널 롯데One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홈쇼핑

2000년대 들어 홈쇼핑은 저가 상품 판매 채널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수입 자동차, 보험, 대형가전, 명품 잡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 현대홈쇼핑 쇼호스트가 ''클럽노블레스'' 방송을 통해 수입 패션 잡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홈쇼핑

1995년 8월 하이쇼핑(현 GS샵)의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들이 개국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GS샵

1995년 8월 HSTV(현 CJ오쇼핑) 직원들이 개국 첫날 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있다. /CJ오쇼핑


1995년 8월1일. HSTV(현 CJ오쇼핑)의 직원들은 이날 아침 잔뜩 긴장한 채 눈을 떴다.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TV홈쇼핑' 기업으로서 출범 8개월 만에 개국 첫 전파를 쏘아올리는 날을 맞았기 때문이다. PD·MD·쇼호스트 등 방송 담당 직원들은 그간 미국의 TV홈쇼핑 녹화 방송분을 수백 번 되돌려보며 첫 방송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성공을 자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상파 채널밖에 없던 국내에 케이블 방송이 정식으로 시작된 지 겨우 5개월 지난 시점이었고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시청 가구 수는 고작 10만명이었다. 이들 중 몇 가구나 생전 처음 접하는 TV 상품 판매 방송에 집중해줄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나아가 도대체 누가 물건을 직접 보지도 않고 TV 브라운관을 통해 잠깐 지켜본 후 덥석 사겠다고 전화를 걸어줄지도 짐작조차 어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첫 방송 상품으로 준비한 뻐꾸기시계는 고작 7개가 팔렸다. 심지어 주문자 중 4명은 HSTV 직원들이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7만8,000원이라는 가격이 시청자들에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해봤다. 하지만 그날 이후 다른 상품들에 대한 반응도 계속 신통치 않았다.

같은 날 HSTV와 마찬가지로 첫 판매 방송을 송출한 하이쇼핑(현 GS샵) 역시 흥행에 참패했다. 나름대로 소비시장의 흐름과 수요를 열심히 분석해 첫 판매 상품으로 '멀티리모컨'을 준비했다. 하지만 주문 수량은 달랑 10개. 이마저도 무안함을 스스로 숨기고 싶었던 사내 직원들의 주문량이었다. GS샵의 한 관계자는 "사실 방송 초기에는 제품당 편성시간이 불과 5~10분에 불과해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소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상품당 매출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의미가 큰 기억"이라고 전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시장 개척에 도전했던 한국의 TV홈쇼핑 산업이 오는 8월이면 개국 20주년을 맞는다. 숱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의 반복 속에 20년을 보내고 마침내 성인식을 치른다. 지난해 기준 국내 TV홈쇼핑 시장의 취급액 기준 규모는 GS·CJ·현대·롯데·NS·홈앤쇼핑 등 6개사 합산 14조원 정도. 정확히 20년 전 HSTV와 하이쇼핑 2개사가 겨우 34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히 상전벽해 수준이다. 반신반의하며 뻐꾸기시계와 멀티리모컨을 팔던 꼬마 장사꾼들이 이제 국내 유통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이다. 동시에 프런티어 정신으로 새 시장을 개척, 고속 성장시켰던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해외 10개국에서 홈쇼핑 시장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년 만에 시장 규모 4,000배 커져=1994년 케이블 방송 시작을 1년 정도 앞두고 홈쇼핑사업권을 따낸 한국홈쇼핑과 홈쇼핑텔레비전은 1995년 8월 각각 하이쇼핑과 HSTV라는 채널명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하이쇼핑은 1997년 3월 'LG홈쇼핑케어'로 이름을 바꿨다. 채널명 앞에 붙은 'LG'라는 브랜드는 곧바로 홈쇼핑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수직 상승시켰다. 방송 첫해 13억원에 불과했던 취급액이 1997년 700억원대를 돌파했고 1998년에는 2,219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또 외환위기가 홈쇼핑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 홈쇼핑으로 유입됐고 소비자 역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보다 가격이 저렴한 홈쇼핑으로 눈을 돌렸다. LG홈쇼핑케어는 2005년 다시 GS홈쇼핑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9년 재차 'GS샵'으로 채널명을 바꿔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쇼핑몰·카탈로그 등 전체 사업 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HSTV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96년 채널 번호를 따내 '삼구쇼핑'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2000년 6월 CJ그룹에 인수된 후 'CJ홈쇼핑'으로 채널명을 변경했다. 마찬가지로 'CJ'라는 브랜드의 후광효과는 컸다. 1999년 2,131억원이던 취급액이 2000년 4,212억원으로 2배 뛰었다. CJ홈쇼핑 역시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쇼핑 채널을 지향하며 '홈'자를 떼내고 'CJ오쇼핑'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2001년에는 GS홈쇼핑이 취급액 1조원 시대를 열자 홈쇼핑 산업의 고속 성장세를 눈여겨본 정부가 사업자를 추가로 허용했다. 2001년 9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과 '농수산쇼핑(현 NS쇼핑)' '현대홈쇼핑'의 출범으로 5개사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현재 홈쇼핑 시장에서는 2012년 중기 전용 TV홈쇼핑 채널 사업자인 '홈앤쇼핑'이 개국하면서 6개사가 경쟁 중이다. 이에 더해 조만간 공영홈쇼핑이 7번째 사업자로 시장에 가세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년 만에 사업자는 2개에서 7개로, 시장 규모는 4,000배 커졌다.

◇국내 중소기업의 데뷔 무대이자 해외 판로 역할=홈쇼핑 산업 발전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양한 중기 상품이 유통시장에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개국 3년차에 접어들면서부터 뻐꾸기시계와 멀티리모컨의 굴욕은 잊혀졌다.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전통시장 등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쉽게 매대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중기 상품들이 TV홈쇼핑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TV는 광고와 홍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1995년부터 1999년 사이에는 주로 저단가 주방용품과 가정용품이 잘나갔다"며 "이때 녹즙기·도깨비방망이 등 홈쇼핑을 통해 선보인 중기 상품들이 대대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사 상품도 잇따라 등장했다"고 회상했다. CJ오쇼핑이 2004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초기 상품으로 들고간 국내 중기의 밀폐용기는 아예 중국인 주방의 필수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홈쇼핑의 자금지원을 받아 판로 확보는 물론 급격한 사세 확장까지 이룬 중소기업도 있다. 저장용기 업체 썬라이즈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2003년 현대홈쇼핑의 지원 속에 판매를 시작한 후 현재는 매출 1,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 됐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상품개발기금 지원은 물론 무이자 대출, 해외 홈쇼핑 진출 지원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며 "썬라이즈의 성공은 홈쇼핑과 동반성장한 중기의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중기 전용 채널인 홈앤쇼핑의 경우 아예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성과공유제'까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곰돌이채칼·휴롬원액기·BFL등산화 등 36개 협력사에 총 11억원의 현금을 지급했고 올해 공유 대상도 38개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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