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의 물가잡기 총력전 약발이 다한 것인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올해 초부터 '물가 안정'을 올해 최우선 경제정책 과제로 삼아 기준금리 인상, 직접적인 생필품 가격통제, 부동산대출 축소 등 백방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번 풀린 물가의 고삐는 잡히지 않고 있다. 원 총리는 지난 14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면서 어떻게든 물가를 잡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9%에서 뛰기 시작한 소비자물가는 이후 12월을 제외하고 줄곧 상승세를 탔고 3월에는 5.4%까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푼 막대한 재정자금에다 위안화 절상 등에 베팅하고 물밀 듯 들어오는 핫머니 등이 가세하며 중국 당국의 긴축정책 약발이 듣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4일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5개국 정상이 핫머니 통제를 한목소리로 외친 것도 물가상승이 경제 안정은 물론 체제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10월부터 중국 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지만 이미 긴축조치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이 확대되며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브라질의 금리는 2배 높다"며 "지난해 물가급등 조짐이 보였지만 10월에서야 금리인상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2ㆍ4분기에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 지급준비율 제고 등 긴축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외부 수입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절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 들어 3월 말까지 달러화 대비 0.7%의 온건한 절상폭을 보이던 위안화 가치는 4월 들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민은행은 13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5369위안으로 고시해 사상 처음으로 6.53위안대에 진입시킨 데 이어 14일 6.5313위안으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위안화 절상폭이 지난해의 2배인 6% 전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고민은 금리인상 카드만으로는 물가 안정이 어려워 최근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였지만 이것이 핫머니 유입으로 이어져 물가관리가 애를 먹는다는 점. 위안화를 절상하면 수입물가를 낮출 수 있지만 반대로 해외 유동성이 밀물 듯 들어오게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ㆍ4분기중 무역 수지가 7년 만에 적자(10억달러)로 돌아섰지만 외환보유액은 단 3개월 동안 1,947억달러 늘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조달러를 넘어섰다. 외환보유액 증가분 중 상당액이 핫머니로 추정된다. 이들 투기성 자금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경제 거품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이 긴축정책을 취하면서 은행권에 부동산 대출 축소 등을 지시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행권 3월 위안화 신규대출은 6,794억위안으로 예상치 5,800억위안대를 웃돌았다. 15일 발표된 1ㆍ4분기 성장률도 부동산투자, 특히 주택 투자증가율이 30%를 훨씬 웃돌며 다시 부동산 경기 주도의 경제거품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대표처 리서치센터장은 "1ㆍ4분기 성장률이 부동산 투자 증가로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맞물리면서 6월까지 물가상승 압박이 계속돼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