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화 이끈 이건희 들여다보기 ■ 이건희 시대 (강준만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중립적인 시각으로 경영철학과 리더십 조명“암묵지·디자인경영 성공불구 소통노력 필요” 홍병문 기자 hbm@sed.co.kr 지구촌을 누비는 한국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삼성의 1등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이건희 회장이다. 삼성은 이건희 모델의 구현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식스 시그마 ▦혁신적 미래 전략 ▦합리적 경영 ▦블루오션 등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들이 잇따라 등장하지만 삼성에는 오직 한가지 길이 존재한다. 'His way' 다. 그의 방식이다. 여기서 그란 두말할 필요 없이 이건희다. 도발적인 주제의 글 쓰기로 논란을 일으켜 온 강준만 교수가 드디어 화두를 이건희에게로 돌렸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을 보면 이건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일방적인 지지,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의 일방적 비판이다. 물론 중립적인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전달하려는 노력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결국 제3자적 시각은 심정적인 긍정이나 다름없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요리해 새로운 분석과 해석을 제시하려 했다. 이건희의 경영관 가운데 그가 눈 여겨 본 대목은 ▦암묵지(暗默知) 경영 ▦디자인 경영이다. 암묵지란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손맛이나 솜씨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기는 어렵다. 요리책에는 없지만 수많은 손님을 이끄는 비법처럼 일상 생활 속에서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식을 소중히 여기는 암묵지 경영은 '그의 방식'의 대표적인 예다. "이건희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기술이 후손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 것은 기록문화의 부재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조직이나 사회가 단순한 실수를 바로 잡기는커녕 반복함으로써 엄청난 돈과 인력 낭비를 초래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라는 것이다. (그는) 기록의 공유를 강조한다. 실수의 기록과 함께 그 기록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글 속 날카로운 사냥꾼 명성을 유지했던 저자는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에서만은 사파리 여행자처럼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던 강 교수의 노력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국가의 미래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 삼성의 조련사를 있는 그대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는 애초에 터무니 없는 욕심이다. 결국 그는 삼성이 직면하고 있는 난점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며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삼성과 이건희는 자신들의 비판 세력에 대해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를 관리하려 들 뿐 그것과 진정 소통할 뜻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란 게 이유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경영방식을 고수하려는 삼성의 버티기 작전이 영원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이 같은 방식을 고집하는 노정은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아쉽게도 중립적 시각을 고수하려는 강교수의 예고된 의도는 '결국은 이건희식 경영관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느슨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한국이 전근대-근대-포스트근대가 동시에 공존하듯이 이건희에게도 세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의 포스트모던 특성이 디지털 시대의 경영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가설은 가능하며, 이는 앞으로 집중적인 연구대상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 입력시간 : 2005/08/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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