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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 구도자 리스트를 만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6월19·25일 리스트 탄생 200주년 연주회<br>다양한 모습 지닌 예술가 연주 때마다 새로운 느낌<br>그의 매력 들려주고 싶어


"리스트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집시와 종교인이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리스트는 어쩌면 이렇게 상반된 면이 공존할 수 있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맞아 피아니스트 백건우(65ㆍ사진)는 오는 6월 19일과 25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스트를 주제로 연주회를 갖는다. 그는 21일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리스트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인 올해 리스트를 탐구하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불리는 헝가리 태생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피아노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많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사람, 신생 건반 악기를 태어난 지 100여년 만에 악기의 제왕으로 만들어낸 무대 위의 카리스마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백건우가 생각하는 리스트는 어떤 모습일까. "'리스트의 생애는 소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 인간으로서, 작곡가로서, 연주자로서 그렇게 찬란한 인생을 산 사람도 없을 겁니다. 스스로가 훌륭한 피아니스트인 만큼 악보 하나로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비로소 곡이 완성되는 작품들을 주로 썼지요. 그래서 리스트 곡은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 자유분방하고 호기심 많은 리스트를 정의하면서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의 쇼팽과 비교하는 백건우에게 두 작곡가 중에 자신과 닮은 꼴을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작곡가로서 쇼팽은 천재적인 예술가지만 성향 면에서 저는 리스트와 상통하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저도 리스트 못지 않게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있고 제 음악 세계를 끊임 없이 넓히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으니까요." 백건우가 리스트를 주제로 기획 공연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파리와 런던에서 백건우는 당시 세계적으로 리스트의 후기 작품을 연주하지 않던 풍토에 도전하며 후기곡에 집중하는 무대를 선보여 신선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당시 '비르투오소(virtuosoㆍ예술적 경지가 뛰어난) 리스트', '종교적인 리스트' 등 6개 주제로 6주에 걸쳐 리스트의 주요 작품을 살폈다"는 그는 "당시만 해도 주제별로 묶어 시리즈로 연주하는 일은 흔치 않았던 터라 특별한 연주로 기억에 남아 있다"며 30여년 전의 무대를 회상했다. '문학, 그리고 피아노'를 주제로 한 6월 19일 공연은 '오베르만의 골짜기', '위로 3번 Db장조', '2개의 전설', '조성이 없는 바가텔', '단테를 읽고' 등으로 꾸며진다. '순례의 연보' 제1권에 수록된 '오베르만의 골짜기'는 프랑스의 문학가 세낭쿠르가 1804년에 발표한 소설 '오베르망'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리스트는 역경에 처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간절한 소망을 그려내려 애썼다. 이날 연주의 대미는 '순례의 연보' 제2권의 마지막에 수록된 '단테를 읽고'가 장식한다. 1839년에 초연된 후 1849년에 한 차례 개정된 이 작품은 당시의 피아니즘으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교적 수법들이 망라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건우의 손끝에서 피아노의 기교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표현될 지 주목된다. '후기 작품, 그리고 소나타'를 주제로 한 6월 25일 공연에서는 노장의 쓸쓸한 인생을 담담하게 품은 후기 작품들(5개의 헝가리안 포크송, 로망스 등)과 리스트 최대의 문제작이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 받는 소나타 b단조를 들려준다. 백건우는 "국내에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리스트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화려했던 명성의 뒤편에서 그가 얼마나 슬프고 외로웠는지, 조국인 헝가리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며 "리스트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의 후기 작품을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소나타는 20여년 전에 치고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듯 한데 다시 보니 그 때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이 발견되더군요.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그는 여전히 탐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건반 위의 구도자'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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