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소송 이기고도 보증금 20억 떼일 판

법무법인 바른이 소송에선 이기고도 결국 세 들어 살던 메디슨 빌딩의 보증금 20억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지 6개월여 만에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돈을 갚아야 할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상 돈을 되돌려 받을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바른은 지난 4월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S사와 W사, 그리고 두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박모 변호사를 상대로 "임대차 보증금 19억5,33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송사는 건물주인 박모 변호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건물을 빼앗긴 데서 시작됐다. SㆍW사의 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빌딩을 공매에 넘기고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바른은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새로운 건물주와 계약 연장을 타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남은 선택지는 법대로 하는 것뿐이었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최복규 부장판사)는 "S사와 대표 박모씨는 연대해 12억6,830만여원을, W사와 박씨는 6억8,500만원을 갚고 8월 7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내라"고 판결했다. 바른이 원하는 대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씨가 여러 건의 사업에서 실패한 후 행적을 감춘 상태라 소송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박씨의 최후주소로 알려진 서울 광진구 모처에 여러 번에 걸쳐 소장을 보냈지만 계속해서 반송됐고,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바른 입장에서는 칼을 열심히 닦았지만 상대와 일합도 겨루지 못하고 소송이 끝나버린 셈이다. 강훈 바른 대표변호사는"소송은 이겼지만 당사자와 연락이 안 된다"며 돈을 찾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는 회계상 손비 처리를 위해서 판결문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바른은 문제가 발생했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메디슨 빌딩을 떠나 테헤란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사무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입주한 바른빌딩(옛 성영테헤란타워)은 지하 6층, 지상15층 규모의 빌딩이다. 10위권 이내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빌딩을 매수해 입주한 것은 바른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