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시사성 발언까지 나오면서 '초저금리' 시대를 우려하는 금융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2%대 이하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경우 올해에도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보험사들 역시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자산운용에서 타격을 입으며 '역마진'의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경우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 직면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청와대가 긴급 해명에 나서기는 했지만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은행 예대마진은 또다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출 금리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1~3년 만기 정기 예금 등의 경우 금리를 손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에 달한다.
특히 은행 예금 가운데 금리를 더 이상은 내릴 수 없는 결제성 예금 등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은행들에는 큰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은행 예금 가운데 10.69%가 요구불예금이며 저축성 예금 가운데 사실상 요구불예금 성격을 갖고 있는 저축예금과 기업자유예금 등을 합하면 결제성 예금 비중이 39.08%에 이른다. 수시 입출금이 필요한 이들 예금은 대부분 금리가 0.1% 수준으로 금리 인하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구불 예금 등은 금리 상승기에는 은행이 NIM을 높일 수 있는 효자가 되지만 금리 하락기에는 금리를 낮출 수가 없기 때문에 수익성을 갉아먹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은행들의 NIM이 올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업계 1위 신한만 해도 지난해 8월과 10월의 한은 기준금리 인하 여파가 반영되면서 2014년 4·4분기 NIM이 전 분기 대비 0.06%포인트 하락한 1.70%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기업 경기 악화 여파로 대손 비용까지 늘어날 경우 은행의 수익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도 은행들에는 고민거리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는 25%.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25.55%·2014년 12월 말 기준)을 제외하면 신한(21.8%), 국민(21.4%) 등이 모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올해 상당 부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최근 변동금리와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아진 상태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부행장은 "현재도 고정금리형 주담대는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파는 구조인데 추가 금리 인하까지 이어질 경우 변동금리 주담대와 다시 경쟁을 붙어야 해 이익 기반이 더욱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절 내놓은 확정금리 상품으로 수익 기반을 위협받고 있는 보험사들의 경우 추가 금리 인하 전망으로 역마진의 임계점이 위협받고 있다. 대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또 내릴지 모른다니 정말 초조해진다"며 "자산운용 쪽은 지금 한계 수준에 달해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생보사의 보험료적립금 가운데 고금리(5.0% 이상) 확정이율 계약의 비중은 33.1%에 달한다. 이 시점의 운용자산이익률(4.5%)은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4.9%)보다 0.4%포인트 낮은 사실상 '금리 역마진' 상태다. 보험회사들이 잇따라 공시이율을 인하하고 금리연동형 신상품 판매를 확대하며 역마진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보다 금리가 더 인하되면 버티기 힘들다.
또 다른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시절 받은 상품들을 다른 상품으로 옮기는 등 많이 털어냈지만 여전히 역마진에 고생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추가로 이뤄질 경우 수익에 치명적인 독이 되고 저성장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보험사들은 이에 따라 해외 부동산투자나 주식 등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급여력(RBC) 비율 때문에 공격적 투자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몇몇 보험사는 인력감축 등의 방식으로 손해를 메우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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